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ㅂ)

아내 버리고 도망간 사람으로 만든 백리향!!

테리우스원 2014. 9. 15. 06:00

 

 

 

한여름 말복 더위 외출도 자제하란 경고에도 불구하고

높은 고산에서 아름다운 야생화가 나를 유혹하는 시간이기도 한다.

야생화 탐사시간에는 무슨 걸림돌도 나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이른 새벽 충분한 물과 음식을 준비한 아내와 함께

1,400m 고산을 향하여 달린다.

 

최근 쉬운 등산로에 희귀한 야생화 흔적을 기대하면 안 된다.

사람들 근접하기 어려운 암반이나 낭떠러지 절벽에

 겨우 몸을 비틀고 화려한 꽃송이로 미소 짓고 있다.

 

헉!~ 헉!~~~ 숨을 헐떡이며

바람 한 점 없는 숲 속도 말복을 자랑하듯 힘들게 하고

흐르는 땀도 주체할 수 없어 땀수건 짜기를 반복한다.

 

 

 

 

숲을 지나 고산이 가까워지면서 하늘이 열리고

교목(喬木)의 자태가 사라지는 자연환경이다.

그나마 그늘에서 흘리는 땀과 말복 땡볕에서 받는

태양 강도를 비교하면 섭섭하다고 하겠지?

 

교목이 사라지면서 큰 바위산 주변에는

잔자갈들이 쫙 깔려 미끄러지길 반복하게 한다.

무더위와 높은 산으로 가는 길 많은 땀으로 인하여

체력이 고갈된 상태 발에 힘이 풀린다는 표현이 맞을까?

헛발질 등으로 인하여 미끄러진다.

 

꿀풀과 백리향 나무가 어쩌다 이런 험준한 산악 꼭대기로 피신하였을까?

얼핏 보기엔 풀 같은 작은 떨기나무(낙엽 반관목)로 30cm 정도다.

 

 작은 키로 무리 지어 다른 관목과 풀이 근접하지 못하도록 환경조성을 이루고 있다.

그 무리를 보려고 이른 새벽부터 고생을 자처하는지도 모른다.

 

 

 

 

꽃을 피운 험준한 곳까지 다다를 무렵

아내의 비명에 놀라 장비를 내팽개치고 달려가 손목을 아스라이 잡았다.

발이 풀려 급경사 지역에서 미끄러지면서 옆 절벽

난간으로 떨어질 듯한 아찔함이었다.

 

절벽 난간으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으로 발에 힘을 강하게 주어 발등 인대가 늘어났는지

발을 디디지 못한 상태로 고통을 호소한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본인은 힘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등산화를 벗겨 발목을 만지기를 반복하니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오른쪽 발을 절뚝거리며 나를 따르는 모습이 미안하였다.

 

 

 

 

등에 짊어진 무거운 카메라를 버려야 아내를 업을 수 있는데

장비를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장비를 앞으로 메고 업자니 무게에

힘들 것 같아 상태를 호전되게 만들면서 걷기를 유도하였다.

 

아내도 그런 사항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119를 부를까 하고 물었더니 적극적인 반대로

아픈 통증을 이기면서 걷기로 한 것이다.

이젠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내려갈 길이 막막하였다.

 

무려 3시간 정도를 가야 하는 험한 길인데 아내를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장비를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은 절뚝거리면서 걸을 수 있다고 하여 조금씩 나아지는구나 하는

안일한 생각만으로 백리향이 피어난 곳까지 도달하였다.

 

 

 

 

풍광과 어우러져 피어난 신비로움에 엎어져

사진으로 담는 것에 정신 줄이 나가고 말았다.

 물론 휴식시간을 갖는 아내는 발의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마사지를 계속하고 있다.

하산할 길이 너무 멀어 서둘러 이것저것 야생화를

담고서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서둘지 않으면 어둠 속의 하산이 될 것 같아

빠르게 내려가려고 하였더니 발등의 심한 고통 호소로 인하여

쉬고 또 쉬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깔리는 상황이 돼버렸다.

 

 절뚝거리며 고통을 감내하며 하산 막바지에 들리는

 한마디는 “당신은 나를 버린 사람”이라고 한다.

 

“내가 이렇게 아픈 고통을 참으면서 따라가고 있으니 꾀병으로 보이지요?

 어쯤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나를 버리고 달아나는지!”

 “아무리 무거운 장비를 메었다는 핑계로 빈말이라도 한번 업혀보라고 하지 않는지?”

 들리는 음성에 서운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갑자기 머리 뒤통수가 확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한마디 틀린 말이 없었다.

둘 다 버릴 수 없는 상황에 아내가 더 우선하지만 조금 소홀했다.

 나도 힘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고 지쳐 빠르게 하산할 목적과

견딜 정도의 발등 고통이 없다고 착각하였기 때문이다.

미안하여 식었던 땀이 다시 솟아나는 기분이다.

 

 

 

 

어둠 속에서 미안하여 계속 몸을 부딪치며

마음을 달래보려는데 많이 서운했든지 반응이 없었다.

다행히도 발을 쩔뚝이면서 따라온 것으로도 고맙다.

 

너무 늦고 어둠이 밀려온 시간이라 오는 길목

바지락 칼국수 식당이 유난히 불빛 밝게 보여 저녁 식사 집으로 선택하고 들어선다.

 

아직도 아내는 다리를 절면서 불편한 모습으로 식당으로 들어선다.

한 테이블에 4명의 남자분이 칼국수 식사를 하고 있으면서

 우리 둘 부부를 유심히 쳐다본다.

 

자리를 잡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바지락

칼국수가 나왔는데 긴 시간 휴식기를 가졌던지 발등 인대에

고통이 더 커진 것 같았다.

 

식사를 맛있게 한 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차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작동시킬 요량으로 나갔다.

 그 후에 아내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고 한다.

 

발등이 식사를 하면서 경직되었고,

밤이 되면서 통증이 더 심하게 와서 일어서지 못한 상태였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내를 두고 밖으로 나갔으니

옆자리에 식사하던 남자 네 분이 놀라 아내를 부추기면서 묻는 말이

“방금 같이 오신 분이 남편 아닌가요?”

하더라는 질문에 당황한 아내는 자신 있게

 “예! 맞아요. 우리 남편 맞아요.”

하고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니 남편이 아내의 고통이 이렇게 심한데 버리고 도망을 갔느냐고” 하더란다.

 

가만히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

차있는 곳으로 아주 힘들게 와서 문을 열고 자리에 앉으면서

 저 아저씨들이 당신이 남편이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별 싱거운 사람 보기엔 부부가 아닌 것으로 보였나?"

하는 소리에 남편이라는 사람이 아내의 심한 고통에 그냥 두고 도망을 갔다고

 아내가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고 한다.

 

아내는 지금도 백리향 야생화 이야기만 나오면

 “당신은 나를 버리고 도망간 사람이야.” 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이다.

 

 

 

 

 

백리향[지초(地椒)]

Thymus quinquecostatus CELAK.

 

 

꿀풀과 백리향(百里香) 속(屬)이며

 제주도 및 남부, 중부, 북부 고산지대 석회암지대에서 자리기를 좋아한다.

 겨울이 되면 잎이지는 작은 떨기나무(낙엽 반관목)이며 30cm 안팎으로 자란다.

줄기는 바위를 타면서 많이 벋고 자주색을 띤다.

6~8월경에 가지 끝에서 짧은 이삭꽃차례(수상화서)를 이루고

 연한 홍색의 작은 입술모양꽃(순형화)이 피며 두성꽃(양성화)다.

수술은 4개이고 두몸수술(2강웅예)이며 암dlk술대는 1개,

열매는 둥글고 편평하며 갈래열매(분과)로 9월경에 흑갈색으로 익는다.

 

백리향의 아름다움으로 즐거우시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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