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ㄴ)

너도바람꽃, 복수초 봄 야생화 탐사에서 일어난 황당한 일!!

테리우스원 2014. 2. 28. 13:42

 

 

느닷없이 “저쪽 작가님! 미안함 마음을 가지며 나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해야 하지 않나요?”

 장난 섞인 목소리도 아니고 정색을 하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내뱉는 말에,

혹시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하는 이야긴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야기의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깊은 산 속에서 열정적으로

복수초와 너도바람꽃 야생화를 담으려고 흙 땅 위에 엎어졌지만,

햇빛이 심술궂게 짙은 구름으로 들어가 버려 더는

기다릴 시간 여유가 없어 장비를 챙겨 허겁지겁 하산하던 길이다.

 

산 입구에 도달했을 무렵이다.

개울물이 싱그럽게 흐르고 개구리들이 허둥지둥

 내려오는 육중한 체중에 놀라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

눈만 껌벅거리며 경계하듯 내 행동을 주시한다.

 

순간적으로 발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개울물 깊이 잠수해버린다.

 

남자와 여자 두 분이 사이좋게 바위틈에 깔판을 깔고

 무엇인가 열심히 사진으로 담고 있으며 남자가

여성에게 사진 담는 법을 지도하고 있는 듯하였다.

더 가까이 다가서 보니 너도바람꽃을

두고 엎어져 씨름하는 중이다.

 

 

모습에 매료된 너도바람꽃)

 

 

제법 풍성한 모델이 발길을 사로잡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가볍게 인사를 건네니

여자 분은 정겹게 밝은 표정으로 “안녕하세요.”란 화답을 해준다.

그런데 남자 분은 본인이 받아드리는 감정으로는

뚱한 표정이 별로 달갑지 않다는 태도로 비쳤다.

 

자연이란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 가득하여 풍성한 모델을 두고

 그냥 갈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실 것이다.

망원렌즈로 그분들이 작업하는 것에 방해되지 않도록

뒤에서 담고 있을 무렵 주변의 녹색 이끼를 뜯어다가 밑에 깔고

계곡 물을 손으로 움켜쥐고 이끼로 연출된

그곳에 물을 연신 퍼붓고 있었다.

 

 

 

 

촉촉함의 이끼 위에 두 송이가 피어난

너도바람꽃 야생화를 담기 위한 행동이었다.

남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고 여성은 아직 젊은 분이라

지긋한 경륜으로 f 값과 구도 등을 열심히 지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본인은 연출로 이루어진 부분에는 사실은 큰 관심이 없었고

뒤편의 풍성한 개체 수를 열심히 담고 있을 뿐이다.

그런 시간의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암반으로 형성된 가파른 경사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어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면 열심히 담아내고 있는 도중에

나를 빤히 정색하며 내뱉는 말이

 “저쪽 작가님은 나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투였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여

반문을 시도하면서 의아한 태도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 언행에 두 사람은 입이 얼어붙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자연이 준 선물의 너도바람꽃 개체를 발견하였고

 그 와중에 멋진 연출을 위하여 이끼와 물을 연속적으로

붓고 있는데 왜 공짜로 모델을 담느냐 하는 소리로

 이해를 해야 할 것 같다.

 

바보같이 좀 전에는 산속에서 만난 야생화

탐사하는 분들에게 좋은 모델을 발견하고 이쪽에서 어떻게 담으라고

 친절하게 배려하고 내려온 길인데 그 보답이

이렇게 돌아오니 조금은 서운한 생각이 감돌았다.

 

그래도 그분은 나의 친절함에 감사의 인사를 건넸고

 자신의 연락처를 주면서 나의 연락처를 달고

성화를 부려 명함을 건네었다.

 

 

 

 

 

자연을 자기 소유물이라고 주장하는 행동에

그분에게 나의 명함을 건네주었더니 남자 분은 자신의 소개도 없이

남의 명함만 힐끔 쳐다보더니 호주머니에 쑥 넣고 말았다.

 

오늘의 행동을 체험하면서 혹시 나도 남에게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뒤돌아보게 하였다.

그냥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라고

 하는 말이 차마 불쑥 나올 사항이 아닌 아쉬움도 있었다.

 

 

 

 

전에는 이처럼 연출해놓고서 삼각대와 장비를 설치한 후

 별다른 행동 없이 몇 시간 그 공간을 비켜주지 않는 얌체분의

엉덩이를 한 대 걷어차고 싶은 행동을 꾹 참고

주변에 더 좋은 모델을 발견하고 사진을 담고 있으니 달려와 당연히

 아무렇지 않게 파고들어 담는 행동은 정말 꼴불견이었다.

 

 

 

 

 

자신의 것은 남 주기 아까우며,

혼자서 취하기는 어렵다는 자연을 깊이 알지 못한 어리석음이다.

 

차를 타고 오는 시간 내 조금은 화가 나려고 한다.

앞으로 이와 같은 행동은 본인이 절대 하지 말라고

일깨워주는 고마움으로 받으려고 한다.

 

 

 

 

오늘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낌없이 건네준

야생화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면서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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