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ㄴ)

네귀쓴풀 여름 야생화 이젠 졸업하려고 한다!!

테리우스원 2013. 8. 20. 08:06

 

 

 

해마다 한여름 말복 더위에 나를 애태우는 야생화가 있다.

수년전 처음으로 만날 때는 빛과 조화로움을 따지지도 말고 묻지도 말고

그냥 좋아서 엎어져 그들과 사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쉬움이 조금씩 남는 것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었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 서둘러 그들과 대면한 사진들이

못내 아쉬움을 남겨 그 다음해 그 곳을 다시 찾았을 때 이미 통로를 없애버려

뜨거운 태양아래 항복을 선언하였다.

 

 

 

 

그 후유증으로 한동안 배앓이와 더위란

복병과 싸운 시간으로 기억에서 사라지지 못하였다.

올해도 그 때 그 시절만큼의 8월 12일 말복 무더위지만 그들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는 험한 산길을 찾아 나섰다.

 

올해는 말복다운 날씨를 보여주어 500cc

물 12병을 모두 소비하면서 만난 기쁨의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

물론 그렇게 귀한 야생화를 만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지 않으면

그들도 호락호락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였다.

 

 

 

 

바위산으로 엮어진 절벽난간에 몸을 비틀고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는 도중

밑에서 다가서는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여온다.

하던 작업을 멈추고 높은 그 곳에서 아래로 폴짝 뛰어내려 가보니

발을 움켜쥐고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너무 경사가 심하고 잔돌들이 많아 등산화가 미끄러지면서

아래 절벽 난간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나무 가지를 붙잡고 꺾인 다리로 버티는 과정에서

발바닥 근육에 경련이 일어난 것 같았다.

 

아주 아찔한 난간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에 놀라 큰 나무에 손을 휘감고

한손으로 아내의 손을 잡고 무조건 힘껏 잡아당긴다.

딸려오면서 다리를 펴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기에 이것 큰

부상을 입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안전한 지대로 옮겨놓고 등산화를 벗겨보니 눈으로는 큰 이상을 느끼지 못할 상태였다.

안일하게 발을 조금 주물러 주었더니 많이 호전되었다고 하여

예사롭게 생각한 것이었다.

 

날씨는 더운 사항을 뛰어넘어 뜨거울 정도이다.

땀이 얼마나 흐르는지 목에 걸친 수건을 짤아 땀을 제거하기를

수십 차례이고 얼굴의 광대뼈가 시러울 정도였다.

 

 

 

 

1400여미터 높은 고지 암반으로 구성되어 알고서는 오르지 못할 악산으로 인정하려고 한다.

4키로미터의 길이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2키로미터 까지 계곡에

물이 흐른다는 고마움도 있었다.

 

높고 험한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야생화는 한번 대면으로 졸업을 하려고 한다.

한번 대면으로 졸업을 하려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되지 않을 것이다.

 

아내는 계속하여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고 오늘따라 정교한 형태를

담으려고 무거운 삼각대까지 동원하였으니 등에 맨 장비가 20키로를 육박한다.

 

 

 

 

본인도 힘이 든 상태에서 아내를 업고 갈수도 없고 절벽의

난간에 설치된 철 계단을 쳐다보니 하품만 나올 지경이다.

정말 서둘러 네귀쓴풀만을 담고서 하산을 서둘렀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목적지에 도달하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시간이 되었다.

 

아침 7시30분경 오르기 시작하여 무려 10시간을 그 산속에서 머물고 온 것이다.

이젠 네귀쓴풀 이야기만 들어도 목에서 쓴물이 쏟아 날 것 같다.

여태껏 마음에 도사리고 있던 아쉬움을 다 날려 보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여름을 상징하는 네귀쓴풀 야생화의 아름다움으로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