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ㅇ)

분홍은방울이 죽어 살식방조죄로 처벌 받는 날!

테리우스원 2013. 6. 1. 06:00

 

 

 

 

“당신을 살식방조죄(殺植幇助罪)로 엄격히 처발 합니다! 탕!~ 탕!~~ 탕!~~~”

피고는 분홍은방울꽃을 겨우내 관리 소홀로 오랫동안

 함께 사랑을 나눈 정을 잊어버리고 2013년 새봄에 싹을 틔우지

못하게 방치한 죄를 인정하는지?

 

“정말 죄송합니다.

 2012년 겨울은 유난히도 추운 날씨라 보온의 처리를 하지 못하고

그냥  다시 꽃송이를 피울 것이라는 안일함 마음으로

살식방관의 죄를  인정합니다.”

 

 

 

 

(2008년도에 피워보인 아름다움)

 

 

2008년 처음으로 나를 만나 사랑을 속삭인 분홍은방울꽃 야생화 

그대는 천박하지도 않은 모습에 그렇다고 도도한 교만이 흐르지도 않았다.

 

처음  본 순간에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황홀함에 보고 또 보고 하여 아내의 눈총을 받기도 하였다.

 

한 송이 한 송이 은은하게 울리는 종소리가 들릴 때 면

내 가슴도 함께 뛰기 시작하였다.

매일 아침이면 한 줄기 꽃대에서 피어오르는

모습으로 사랑을 가득 느낀 시간이다.

 

밤이면 민달팽이의 행패가 심할까 두려워

품안으로 안고 그들과 사투를 벌리며 싸운 시간도 있었지

왠지 몰라도 향기가 좋아 집 없는 달팽이가 엄청

좋아하는 바람에 맘을 많이 조아렸다.

 

 

 

 

 

 

흰은방울꽃과는 달리 하늘을 향하여 잎과 서로

키 재기를 하면서 나에게 재롱을 부린 아름다움이다.

 

봄이면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향기를

선물하고 방울소리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시간들.

 

정말 순식간에 나의 품을 떠난 그대의 모습에 망연자실

사진으로만 마음에 위안을 삼는다.

나를 무척이나 원망하지 않을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다.

 

그렇게 사랑을 준 덕분에 한 송이가 세 송이로 불어나고

한 개체의 종소리가 세 개의 종소리로 변화 되던 날 행복함도 밀려왔다.

 

 

 

(2008년 피워보인 아름다움)

 

 

몇 년 간의 수고로움으로 겨울을 잘 견딘다 싶었는데

순간의 방심이 화를 부르고 말았다.

그렇게 나를 떠난 줄도 모르고 2013년 봄이 되면서 올해는

 네 개의 개체가 나오겠지 하는 기대감을 안고 뚫어져라 살폈다.

 

몇날 며칠을 그렇게 보았을까 움 틔울 분위기를 보여주지 않아 애 태웠지만

끝내 싹을 틔우지 못하고 내 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서 가슴이 저려 온다.

 

 

 

 

 

 

죄송한 마음으로 깊이 사죄를 드리며 그들을 잘 살피지

못하고 죽게 방관한 죄를 달게 받을 것이다.

 

더욱 더 자연을 사랑하고 더 아끼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비록 남기고 간 흔적은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할 것이다.

 

분홍은방울꽃을  앞으로 볼수 없지만

아름다움으로 남겨준 마지막 모습을 공개 드린다.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2012년 봄에 피운 마지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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