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ㄱ)

교만함을 감추고 피어난 금난초 야생화!!

테리우스원 2013. 5. 14. 10:04

 

 

 

 

며칠 전의 한 행동의 후유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얼마나 급한 마음에 경사진 언덕을 뛰어 오르기를 시도한 탓이다.

희귀 야생화를 찾아 헤매고 다니던 중 숲속의 황토를

마대 자루에 담고 계신 어르신에게 정중하게 여쭈어 본다.

 

나와 아내를 빤히 아래 위를 훑어보시더니 얼굴에 조금은 진실성이 묻어났던지

손에 쥐고 일하던 삽자루를 땅에 내려놓고 안내를 하겠다고 길을 재촉하였다.

 

차안에서 조금은 걱정스런 목소리로

 “전에는 엄청 많았는데 지금도 있으려나 모르겠다.”

 하시는 말씀에 이렇게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으로도 만족스러워

“없어도 괜찮아요, 어르신 걱정 마세요!”

 

 

 

 

그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인적이 아주 드문 산길에 차를 세우라고 하신다.

차에서 내리니 간간히 빗방울이 내리비치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우산도 없이 길옆의 아주 경사진

비탈길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였다.

“전에는 많았는데 잘 보이지 않네.” 하시면서 더 멀리 더 높이 산길을 헤매고 다닌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망개나무 가시덩굴이

옷과 손 언저리 얼굴까지 스쳐간다.

 

 

 

 

겨우 한 두 송이개체만 보일 뿐 이미 훼손되어 사라진 지역으로 보였다.

빗방울이 굵어지려하여 포기한 채 산을 다시 내려오는 길이다.

 

산소가 하나 있는 주변에 오를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들도 미안했는지 금난초를 대신 보여주는 듯하였다.

 

“와우!~~~ 금난초가 피고 있군요!“

어르신은 금난초란 야생화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연신 사진으로 담으면서 허탕 친 미안한 마음을 위로하려고

아주 귀한 야생화란 말을 내뱉는 나의 모습을 아내는 아주

못 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나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귀하다고 하면

어르신이 훼손할 것을 염려한 생각이었다.

 

이 곳이 어르신 자신 어머니 산소라고 하신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금난초가 이 산소를 잘 지키고 있는

모습이니 없어지면 안 될 것 같다고 강한 강조를 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귀하다고 여러 번 반복한

말에 집으로 가져갈 것을 염려한 말이다.

 

빗방울이 굵어져 머리에 손을 얹고 황급하게 산을

내려와 어르신이 작업하는 곳으로 다시 모셔다 드리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정중하게 건네었다.

 

 

 

 

 

이틀 후 보기 드문 야생화 탐사를 위한 일행들을 위한 사전 답사를 나온 길이다.

금난초의 개화시기가 이틀 후면 아주 멋스러울 것 같았다.

 

일행들이 알고 있는 자생지에는

아직 꽃송이가 열리지 않아 그 산으로 안내를 하였다.

막상 안내를 한다고 하였는데 이틀 전에 너무 귀하다고 강조를 많이 하여

혹시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조려온다.

 

 

 

 

 

일행들이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급한 경사 산길을

사력을 다하여 뜀박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마 다른 분들은 나의 행동에 아주 의아해 하였을 것이다.

그 이유는 만약에 금난초가 사라졌다면 아주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먼저 확인하려고 한 행동이었다.

 

다행이도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고 언덕에 오르니

황금 꽃송이가 화려하게 피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당하게 일행을 향하여 올라오라고 소리치기 시작하였다.

땀은 온 얼굴에 가득하였고 거친 호흡은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다.

 

 

 

 

금난초는 반그늘에서 자라기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내가 만난

그들은 햇빛이 강한 것을 무척 좋아하기라도 한 듯 그늘이 없는 곳이었다.

특이한 것은 꽃잎을 교만스럽게 까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반쯤 꽃잎을 열어 보이는 것이 최고 만개상태이다.

부족하고 수줍은 듯 다소곳한 표정의 꽃송이를 바라보면서

그들에게 또 하나의 교훈을 배우는 시간이 되어 질 것 같다.

 

바라고 표현하고 싶은 말은 하늘을 우러러 자연의 섭리에

 감사기도를 드리는 단정한 이미지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자연이란 위대함 앞에 감히 교만을 감추어 살며시

반쯤의 꽃잎을 열어 보이는 모습이 내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예로부터 황금색을 아주 귀히 여기고 소지하기를 즐겨하는 마음이다.

비록 황금색 꽃을 피우지만 황금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욕심에 대한 주의와 경계란 꽃말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인간이 멸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욕심으로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자연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교만이다.

 

자연 앞에 잘났다면 얼마나 잘났으며 똑똑하면 얼마나 내세울 수 있단 말인가?

후!~~ 하고 한번 불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인간들 비소모성

키 재기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자연에게는 웃음꺼리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난초류는 대부분 박테리아와 같은 균근과 함께 공생한다.

금난초 야생화도 자생하는 흙 속의 뿌리에 박테리아와 같은 균근이 함께 공생한다.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 온전하게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훼손하지 말기도 당부 드린다.

 

금난초를 유심히 살펴보면 수술이 없는 불완전화

다시 말씀드리며 갖추지 않는 꽃으로 보인다.

 

 

 

 

금난초 [겸도상화소란(鎌刀狀火燒蘭)]

Cephalanthera falcata(THUNB.)BL.

 

 

난초과 은난초속의 여러해살이 야생화로 식물체의 높이는 40-70cm 정도이다.

수염뿌리는 약간 가늘고 잎은 6-8장이 줄기를 감싸고

길이는 8-15cm, 너비는 2-5cm 정도이다.

 

꽃은 선명한 황금색이며 4-6월에 줄기 끝에 달리는

총상 꽃차례로 3-10송이가 모여 핀다.

 

금난초 야생화의 아름다움으로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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