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ㅊ)

참나리 야생화를 바닷가 절벽에서 만나면서 일어난 일들(1편)!

테리우스원 2020. 7. 21. 17:47

으악!~~~~~~

바닷가 절벽을 찢어버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피어난 야생화에 납작 엎드린 몸을

벌떡 일으켜 귀에 익은 소리 쪽으로 향하였다.

 

어느 누가 절벽에 미끄러져 바다로 빠져 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여자 둘은 완전 얼음 자세였다.

 

귀에 익은 목소리 당사자는 두 손으로 눈을 감싼 채 비명을 지르며

아직도 소리를 멈추지 않고 몸을 떨고 있다.

한 사람은 나를 바라보며 도와달라는 눈치라 장비를

들고 기듯이 절벽을 가로질러 그곳으로 향하였다.

 

자연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여자에게는 뱀이란다.

난 자연의 숲에서 엎어져 나뒹굴기 때문에

풀쐐기와 산모기가 제일 두렵고 힘든 상대다.

 

풀쐐기는 긴 소매 옷을 입고 있어도 교묘하게 내 몸에 구르듯이

소매의 빈틈으로 파고들어 융단 폭격을 아끼지 않는다.

 

그 후유증은 서서히 가려움증으로 긴 시간을 괴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모기는 한 마리에 한 번의 독성을 품어내지만,

풀쐐기는 몸에 달고 있는 독성의 털 가시로 자신의 몸을

구르면서 공격하므로 제대로 걸리면 최소 50회 이상의 공격을 받는 셈이다.

완전 팔뚝에는 초토화가 된다는 사실이다.

산모기도 싫어하지만, 풀쐐기는 더욱 싫어하는 곤충이다.

 

 

뱀은 냉혈동물로 사실은 자신을 먼저 해치려하지 않는 한

독성의 이빨로 먼저 공격하지 않는 것을 많이 체험하였다.

 

엎어져 숨죽여 야생화 촬영에 열중할 때도 카메라 앞으로

버젓이 기어가는 여유로움이 내가 움직이지 않고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하면 그런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숲에서 똬리(따바리)를 털고 볕 쪼임을 하는 상태에서

꼬리나 몸을 밟으며 즉각 공격하는 파충류다.

그래서 지팡이로 숲속에 있는 뱀을 쫓고 난 후에 엎어지는 행동을 하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강한 독성을 비축하고 몸도 최고의 민첩함을 보일 때라

꼬리를 잘못 밟았다가는 날아서 허벅지를 물 정도의

날쌘 동작을 보여 아주 많이 주의해야 한다.

 

 

다가서면서 아내 손을 잡으면서

왜? 무슨 일이야! 하고 물어도 몸을 떨며 눈을 뜨려 하지 않는다.

옆에 서 있던 여자가 저기 뱀이 있어요!

말을 조금 더듬으며 눈으로 가리킨다.

 

가리키는 그곳으로 눈을 돌렸지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돌과 같은 보호색으로 하고 있어 쉽게 식별하지 못하였다.

한참을 훑어보고서야 아주 길고 굵은 뱀이

지난 폭우 시간으로 힘들었던 몸을 말리기 위하여

볕에 몸을 맡기려고 한 행동이었다.

 

 

정말 크고 굵기도 하다.

머리와 눈은 이미 나를 뚫어지라 응시하고

해치려는 행동에 방어 자세를 취하듯 바라본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서 더 나를 무섭게 응시한다.

자동으로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뱀을 향하여 들이대며

따라라~ 연사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머리를 든 채 눈으로 빤히 나의 행동을 주시하듯 하다.

 

조금만 더 가까이 나를 해치려하면

자신도 나를 공격한다는 눈초리로 보인다.

 

속삭이듯 말하고 있다.

나는 너를 해칠 사람이 아니고

네 모습만 순간적으로 담을 뿐이니 미안해 놀라지 말라.

하는 소리를 이해했는지 해칠 대상이 아님을 직감한 듯하다.

 

길이가 절벽 바위틈에서 완전히 나오지 않았지만

나타난 모습으로 3m 넘을 것 같다.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가까이 가지 말라고 소리친다.

 

 

뱀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두려움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모습에 안도한 아내는 경직된 몸을 풀면서

이런 큰 뱀은 처음이야 라고 한다.

 

아마도 다른 여자는 이곳을 자주 온 듯하여

이곳에 뱀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뒤따르는 남편도 암수 두 마리가 오래전부터 살고 있는데

올 때마다 몸을 말린다고 이런 행동을 종종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한참을 응시하면서 대화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맘때면 이곳 바닷가 절벽에는 참나리의 군락지가 풍광과

어우러져 너무 멋진 곳으로 해마다 방문한다고 한다.

난 올해 이곳이 처음인지라 아내는 놀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 여자는 미리 알고 있기에 뱀의 모습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멈추고 굴속으로 사라지길 기다렸고

아내는 그 모습이 생소하여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뜬 상태라

아마도 지르는 비명에 뱀이 더 놀란 표정일지 모른다.

 

참나리 야생화 탐사 이야기는 더 흥미롭게 다음으로

전개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테리우스원(정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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