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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동물.곤충등

털뿔가지나방 유충이 나를 깜쪽 같이 속였다.

테리우스원 2015. 6. 21. 07:00

 

 

 

 

털뿔가지나방 유충(북한-밤나비)

 

아끼던 나무가 하루가 다르게 잎이 사라지고 있다.

은행잎조팝나무가 해마다 하얀 꽃송이로 향기를 가득 품어내는 귀여움이었는데

꽃송이가 지고 잎이 무성할 수가 불어날 시점에

자꾸 사라져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제법 꼼꼼한 매의 눈으로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의심을 가질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다음날엔 어제 눈여겨 보아둔 잎사귀가 반은 사라져

작정하고 나무 곁을 훑었다.

 

어라! 이상하게 생긴 가지가 하나 붙어 있다.

끝을 보아하니 잎을 갉아 먹을 수 있는 이빨 같은 것이 보인다.

 손으로 살짝 건드리니 제법 탄력적인 몸매를 발견하고 분명 범인임을 확신하고

사용하던 연필을 들고 집중적으로 추궁에 나섰다.

 

힘을 강하게 주어 가지에 매달린 모습을 제거하니

아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벌레다.

그놈의 정체가 궁금해져 도록을 뒤지다 보니

 ‘털뿔가지나방’의 유충이라고 기록되어있다.

 북한에서는 ‘밤나비’라고도 부른다.

 

그 성숙된 모습도 궁금해져 오지만 실제로 보질 못하였다.

그렇게 자라기 위하여 아끼던 은행잎조팝나무의

 잎을 몰래 훔쳐 먹고 있던 범인이었다.

벌레를 두고는 미운 생각인 반면 은행잎조팝나무에게는

관리 소홀 됨의 죄스러움이다.

 얼마나 나를 미워하였을까 생각하니 당장 형을 집행하고 싶어진다.

 

알고 보니 유충은 졸참나무와 밤나무에서 활동을 펼친다고 하는데

왜? 하필이면 아끼던 은행잎조팝나무를 선택했단 말일까?

그래 너도 먹고 살아가는 공생의 법칙이겠지 하는

 마음이 측은하게 들게 한다.

 

내가 아끼던 은행잎조팝나무 잎을 먹고 그렇게 자랐으니

성충이 되어 주변에서 힘들게 하는 진딧물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하라고

산 숲속의 상수리나무에 조용히 옮겨 놓았다.

 다음에는 진딧물들이 이로움을 주는 것이 무엇일지 숙제로 남겨진다.

 

서로가 공생하는 적이 있어야 자연이 조화로움을

이룬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지혜로움이다.

아마도 그래서 자연보호를 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털뿔가지나방(밤나비)

Alcis angulifera (Butler)

 

나비목 자나방과(Geometridae)로

성충의 길이는 약 35mm 안팎이다.

더듬이는 수컷이 빗살 모양,암컷은 실 모양이다.

성충은 5~7월과 9~10월에 2번 출현한다.

유충은 졸참나무와 밤나무 등의 잎을 아주 좋아 한다.

앞날개 무늬의 굴곡과 나비 날개 명암은 개체에 따라 변화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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