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동물.곤충등

수컷 장수풍뎅이 힘은 정말 장수였다!

테리우스원 2014. 9. 3. 10:00

 

 

성금엄금 기어가도 얼마나 날쌘지

눈을 잠깐 떼어버리면 아주 저만큼 기어가고 있다.

주변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암컷을 찾아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장수풍뎅이는 분명 야행성 곤충인데 아침에

 왜? 내 눈에 띄게 도로변에 있었을까?

 

궁금해져 오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장수풍뎅이

수컷을 생포하고 정중히 모신 상태에서 주변 넓은 반경을

여러 시간 암컷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 다음날을 기약하고

집으로 데리고 와서 달걀 담은 종이 그릇이 장수풍뎅이가

 머물 수 있는 좋은 공간으로 오판하고 보관을 하였다.

 

배고플까 싶어 사과를 넓게 쓸어 넣어주니 입으로

잘 빨면서 내가 암컷을 찾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얌전하게 나를 만족하게 했다.

 

무사히 저녁을 보내고 나면 내일 새벽

다시 상수리나무 군락지에 암컷을 찾아 짝을 지워주고

사진을 닮고 싶은 나만의 욕심이 있었다.

 

 

 

 

낮에 한 행동에 피곤하였던지 그냥 세상 모르게

 잠에 빠져있었는데 아침이 밝기도 전에 아들과 아내가

그 사정을 모르고 베란다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밤새 잠을 자지 못하였다고 하소연을 한다.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나만이 알고 있는

그 비밀의 종이 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정말 밤새 안녕한 것이 아니고 난리를 친 것이다.

설마 힘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암컷을 찾아 많은 땀을 흘리면서 찾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사하다는 표정으로 얌전하게 있는 큰 착각을 하였다.

 

역시 곤충은 곤충이었다. 나만의 큰 착각에 빠져

그를 위한 행동이라 생각하였는데 장수풍뎅이는 그런 배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왜? 나를 감옥에 가두어 놓고

힘들게 하느냐 하는 항변이었다.

 

 

 

 

숲에서 기어 나와 도로에 있어 혹시 차량이라도 지나가면

압사될 것 같은 애처로움에 정중하게 생포하고

암컷을 찾아다니고 다음날을 기약하면서 맛있는 간식도 주고 하였는데

 그 공덕은 눈곱만큼도 없고 자기만 불편하다는 생각뿐이 서운했다.

 

야행성이라 그리고 곤충 중에 왕자답게 수놈의 위용을 분명 보여준 듯하다.

대충 이런 식이라면 짐작이 될 것이다.

두꺼운 종이 상자를 뿔과 입으로 다 작살을 내어 구멍을 뚫고

높은 곳에서 탈출하면서 떨어져 기진맥진 되어 뒤로 발라당 드러누운 상태였다.

혹시 죽은 나 싶어 놀라 손가락으로 배를 살짝 건드려 보니

 아주 거세게 반항하듯 다리를 내 젓는다.

 

 

 

 

그렇게 쉽게 죽는 곤충이 아니라는 표현이었다.

그런 거친 항변의 시간이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어났으니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발버둥 치며 탈출한 소리가 크게 들렸다고

하면서 혹시 큰 쥐가 그렇게 하는 행동으로 착각하고

두려워 베란다 문을 열지 못했다는 가족의 고백이었다.

 

곤충은 뒤집어 놓으니 맥을 추지 못하고

다리만 허공에다 내 젓고 있을 뿐이다.

애처로워 뒤집고 플라스틱 상자를 찾아 그 안에 다시 넣고

새로운 사과를 썰어 넣으니 힘든 항변으로 목이 타는 갈증을 해소하듯

사과 살에 달려들어 수분을 빠르게 빨기 시작하였다.

녀석을 데리고 어제 발견된 근처 상수리나무 숲으로 달려갔지만,

암컷은 오늘도 보이지 않았다.

 

 

 

 

너는 암컷을 만날 운이 없나 보다 하면서

그 풀숲으로 풀어주려고 하였다.

그런데 잽싸게 도망가지 않고 멈춘 상태에서 한참을 기다린다.

빨리 가라고 하는 손짓에도 가지 않고

나 얼굴만 쳐다보는 것 같다.

 

안타깝게 암컷을 만나 짝짓기를 성사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자연에서 더 좋은 모습도 기대한다.

 

즐거운 한가위 되시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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