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ㄱ)

가는잎향유 가을 야생화가 자연환경으로 멸종위기다!

테리우스원 2014. 10. 15. 06:00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 이유로

어두운 땅거미가 미동도 하지 않은 새벽 시간 눈 비비고 잠자리를 털고 있다.

 달리는 이유는 두 가지 주제를 동시에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가을 밤낮 기온 차로 인하여 새벽녘 운무들이

높은 산을 휘감은채  떠나기 아쉬운 미련 버리지 못하고,

 

 그 자취 감추지 못한 할미봉에서 내려다 본  풍광 속에

일출 햇살 머금은 꽃송이 달고 나타난 가을 야생화와

함께 감상 할 기대감 때문에 새벽 꿀잠을 반납하는지도 모른다.

 

역시 아침 산 공기는 누가 무어라고 하여도 싱그러움 그 자체이다.

간밤에 억눌린 탄소의 영양으로 조금 무거운 느낌이지만,

그래도 내 온몸의 세포를 깨우기엔 적합하다는 이야기다.

 

욕심으로는 조금 더 일찍 출발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

서둘러 요기를 마치고 산을 향해 합류한 일행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안내를 자처하였으니 앞장 서서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니

숨이 턱까지 차올라 중도에서 휴식해야겠다.

 

그뿐만 아니라 연세가 높은 분도 함께하여 너무 무리한

페이스가 될 것 같은 염려스러움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염려한 사항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10여 분의 휴식을 하니 일행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한 일행이 숨 돌리기를 기다리며

서둘러 가파른 경사진 암반길을 재촉한다.

오늘은 우리에게 두 가지의 선물을 동시에 안겨줄 상황이 되지 못하였다.

 

앞의 산자락에 걸린 운무가 간밤에 많이 형성되지 못하였고

새벽이 지난 시간이라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풍성함으로 대리 만족을 해야 할 기대감이다.

 

마음은 바쁘고 몸은 따라 주지 않으니 더 많은 땀이 흐르는 고통이다.

헉! 헉!~~ 되면서 겨우 큰 암반에 우뚝 섰지만 풍성한 붉은빛

가는잎향유 야생화가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일행은 처음으로 만나는 야생화 실물 모습이 궁금하여 질문한다.

 어디에 있어요? 어떤 곳에 숨어 있나요? 하는 소리에

당황스러워 빠르게 절벽의 난간으로 몸을 휘젓고 뛰어다닌다.

 행동을 보고 놀라 멍하니 쳐다보면서 주의를 당부한다.

 

아무리 휘젓고 다녀도 보여야 할 그곳엔

가는잎향유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너무 가파른 암반의 야생화라 쉽게 훼손될 위치는 아닌데

물론 중간에 벼락 등으로 고사한 나무들이 베어진 흔적이 있지만,

설마 훼손이란 단어까지 떠올릴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 겨우 한두 송이 피어난 위험한 자리 곁에

장비를 풀고 풀썩 주저앉고 상황을 살핀다.

 

과연 그 원인이 무엇이라 말인가? 4년을 연속으로 오르내린

 이곳에는 이런 사태가 처음이라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냉정한 마음으로 유심히 살펴본 결과는 이러하였다.

 

무분별한 훼손의 흔적은 아니고 일 년 초 야생화로

씨앗이 발아되는 시점에 가뭄이 심하여 싹을 틔울 여건이 되지 못한 것이었다.

 

다른 곳보다 이곳 암반 틈 사이로 모여든 한 줌 되지 않는 흙에

 뿌리내릴 악조건에 발아될 시기 가뭄이 심각하다면

어떤 식물도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올봄 그 시점에 이곳이 최악의 가뭄으로 말미암아

가는잎향유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정말 자연의 힘은 위대하므로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항복을 해야 한다.

아무리 먼 거리를 달려왔지만, 자연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한 촉의 아름다운 야생화도 만날 수 없다.

 

후편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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