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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ㅅ)

수련(睡蓮) 여름 야생화 반영에 엉덩이도 시원하다!

테리우스원 2014. 7. 30. 14:35

 

 

 

사람의 욕심은 어디까지가 한계점일까?

무한대로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듯싶다.

몇 년 전에 이젠 졸업을 해야지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있어도

또 야생화가 피어날 시기가 다가오면 그곳에 다시 가보고 싶어지고

 더 멋진 구도와 각도 그리고 여건이 허락될 것이란

 큰 기대를 안게 된다.

 

아내는 “그렇게도 담았는데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나요?”

”아침 먹었다고 점심 안 먹을까?

그리고 저녁은 어찌하고?” 하면서 한바탕 웃어넘긴다.

 

 먼 거리를 달려가 마음 놓고 오랜 시간 사랑을 나누었기에 돌아서면서

 “이젠 못 올지도 모르니 너무 서운하다 하지 마!”

그렇게 진한 입맞춤으로 졸업한다고 큰소리쳐 놓았는데 또 보고 싶어

먼 거리를 두고 고민에 빠진 인간의 욕심 때문일 것으로 생각해 본다.

 

오늘은 무슨 야생화를 만나기에 그렇게 서론이 기냐고 궁금해할 것 같다.

아직도 보지 못한 야생화가 많이 있어 정성과 마음을 다하여

담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졸업했다고 선언하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련하게 그때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아롱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 또 달려가고 또 달려가곤 한다.

갈 때마다 나를 반겨주는 분위기의 반전 때문에 무거운 장비를

풀어놓고 입맞춤을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보고 또 돌아서도

또 보고 싶은 걸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오늘은 이른 새벽 모진 여름 소낙비가 쏟아진다.

빗방울이 굵어 머리에 맞으면 혹이 툭 하고

생길 것 같아 조금은 무서워지지만,

나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온 듯하다.

 

평소 눈으로 찜한 야생화의 산야에 물 맺힌 싱그러움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단히 우중 촬영을 준비하고 그 길로 달려간다.

무서울 정도의 굵은 빗방울이 나를 멈칫하게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곳으로 간 상태라 어찌할 수 없다.

 

 

 

 

 

오른손으로 우산 받쳐 들고 왼손은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움켜쥐고 장화를 열심히 신고 있다.

시간 지날수록 빗방울 굵기가 가늘어져 지고 있다.

다행스럽게 내 마음을 하늘도 알고 있는 듯하다.

 

오늘 대화를 나눌 야생화 물 위에서 꽃을 화려하게 피워 보이는 수련 꽃 이야기다.

수련은 이른 아침 꽃잎을 열어 보였다가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

잎을 닫고 밤을 지내는 꽃이다.

 

 

 

 

 

너무 일찍 도착한 탓과 소낙비가 쏟아지는 시간이라

 아직 활짝 꽃잎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날씨와는 관계없이 시간의 조화로움을 느끼게 하듯

 비가 쏟아져도 약속한 꽃잎을 열어 보인다.

그래서 더 없이 환상적인 모습이라 나를 유혹하는지도 모른다.

 

금상첨화는 수련의 멋스러움은 연못 속의 자기 모습을

훤히 비춰주는 반영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밋밋하므로 싱거운 사진이 되고 말 것이다.

 

 

 

 

 

독자들 눈높이가 높아져 처음에는 수련 그 자체만으로

신비로움이었는데 이제는 더욱 발전한 사진을 원할지도 모르고

 또한 자신도 싫증 난 옛 모습보다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가미된 작업일 것이다.

 

수련의 반영은 잔잔함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빗방울이 물 위를 내리치고 바람이 불면 반영이란 단어는 사치일 뿐이다.

 

 

 

 

 

또한, 이곳은 잉어를 많이 기르는 탓에 연못 전체가

움직임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피어난 모습만을 선별하여 담아 보고 빗방울이 멈추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듯 서서히 빗방울이 멈추고 수련 꽃의

 반영이 생기기 시작하니 마음이 바빠 더 낮게 더 낮은 자세로 다가서지 않으면

아름다움을 잡을 수 없다.

그냥 곧게 서서는 반영의 선물을 안겨 주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만 더 낮게 하는 욕심 때문에 엉덩이가 연못 속으로 잠기고 말았다.

이미 늦은 상태 여름철이라 시원해서 좋지만 잠깐 쉬려고

허리를 펴고 일어서니 물이 엉덩이에서 줄줄 흐른다.

장비가 물에 잠기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이렇게 조금 더 욕심을 내다가는

아주 깊은 연못 속으로 빠지고 말 것 같은 느낌이다. 

더 이상의 욕심은 버리고 여기까지 만족해야 한다는 마음을

굳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잠시 숨 고르기 시작한다.

 아마 장비를 안고 빠지면 한참 동안 물속으로 잠겨야

할 것 같은 깊은 연못이라 욕심을 버려야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면서 장비를 챙기고 돌아서려니

 아직 피지 않는 수련의 꽃봉오리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기가 발동되어 점심을 아주 빠르게 마치고 다시 가보니

아주 활짝 만개한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물고기가 너무 많이 물속으로 돌아다니는 덕분에

 원하는 반영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지만 여기까지 만족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미련이 잠시라도 남아 있어야 다음에

또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수련은 갖고 있을 것이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가득 안고 장비를 챙겨

오늘도 그들과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무더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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