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ㅂ)

복 받고 장수하는 임진년 첫 복수초 선물합니다!!

테리우스원 2012. 2. 20. 06:30

 

 

오늘따라 겨울바람이 쌩! 쌩! 불어오고

손발이 시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야생화를 탐사하는 사람에게 잔인한 계절은 겨울이다.

 

찬 기온을 간직한 시간도 왜? 그리 긴지

애간장이 다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제일 반갑게 맞아줄 사람이 나 뿐인가 보다?

반가운 목소리로 복수초가 꽃을 피웠어! 하는

전화 목소리가 정겨움으로 들려온다.

 

 

“그래요? 몇 송이나 피었던가요?”

“아주 풍성하게 피었어! 그런데 산을 가로 질러

지름길로 가면 안 될 거야! 아직 미끄러운 빙판길이

많이 있어 조심하여 한번 댕겨 가!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고 무병장수하라고 선물하는 거야”

 

이젠 주변에서 야생화를 보면 나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마음이 흐뭇하고 서서히

가슴이 콩닥 그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지를 박차고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힘찬 기지개를 펼쳐 보일 것이다.

 

 

임진년 하고도 2월의 중턱을 넘어선 18일 토요일

복수초가 피었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는다.

 

 

 

 

 

 

 

환상적인 모습으로는 무엇보다 설중 복수초를

최고로 꼽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은근히 전날 금요일 함박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한껏 기대를 가져보았다.

 

 

그러나 이른 새벽 눈 뜨기 무섭게 창문을 열어보니

밤새 하얀 눈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구름만 가득하여 오늘도 날 새었군 포기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을 우습게 여기면 큰

코 다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인간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면서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으면 우리에게 무서운 재앙을

안겨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연을 이기려는 과학의 힘은 미련한 것이라고

감히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

 

 

그래서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파괴하는

인간의 잔인함으로 자연을 황폐하게 만들면

우리들이 황폐함의 대가를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이불을 틀고 일어나 창문을 열고

하늘을 쳐다보니 어제보다 더 강추위

찬 기온의 바람이 볼을 내리친다.

움찔 놀라 창문을 얼른 닫고 온몸의 냉기를

틀어내면서 거실로 다시 들어선다.

 

 

시간이 흐르면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구름이 조금씩 밀려나고 햇살이 아스라이 비쳐온다.

 

 

그냥 포기할 내가 아니지!

이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야생화가 나를 기다리며 꽃잎을 접었다가

펼치기를 수차례 반복하였을 것이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차가운 기온에

따뜻한 방콕을 기리며 포기 한다면 얼마나

더 긴 시간으로 칼바람과 싸우며 나를

기다릴까를 생각하니 숨이 멎을 것 같다.

 

 

장비 챙기고 추위에 대비한 방한복으로

철저한 준비로 먼 거리 나서려고 서둘렀다.

이런 강추위에도 꽃을 피우고 있는 야생화는

깊은 산 속의 양지 바른 곳이 아니면 엄감생신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아내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이렇게 날씨가 차가운데 꽃을 피웠다고 합니까?”

반문을 한다.

 

 

“피운지가 며칠 되었다고 하오!

오늘 가지 않으면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오늘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식사준비 해주세요!”

 

 

어제 저녁 맛나게 먹던 우리 집의 특별요리

된장 국수를 먹고 난 된장국이 남았다고 현미밥으로

요기를 하라고 준비를 해준다.

 

 

너무 일찍 도착하면 찬 기온의 영향으로

꽃잎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여유를 부리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

 

 

오늘의 날씨로 보아 12시 넘어야 따뜻한

햇살에 꽃잎을 열어 보일 것 같아 소요시간

1시간 30분을 감안하여 11시경에 출발하면 될 것 같다.

 

 

하루도 얼굴 면도를 하지 않으면

수염이 어찌나 많이 자라던지 산적 같은 모습을 하지만

오늘은 휴무일이라 머리 감고

세수 정도로 길을 나설 요량이다.

 

 

어제 몇 명에게 연락을 하였지만

차가운 날씨 꽃이 있겠어? 하는

안일한 분 덕분에 나 홀로 복수초 탐사 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얼굴 피부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면도를 생략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름길을 많이 다녀 네비게에션 안내에

제대로 따라 주지 못하여 ‘길을 재탐색 합니다.’를

연신 반복하는 아가씨 목소리가 쉴 것

같아 미안함도 앞선다.

 

 

 

 

 

달리는 차안에서 과연 몇 송이가 피었을까?

어떤 형태로 나를 반겨 줄까? 하는 생각만 가득하니

달리는 긴 시간도 지루하지 않는다.

 

 

중간에 큰 산을 가로질러 넘어가면

완전 대박인데 눈이 아직 녹지 않는 빙판이라

지름길을 그저 바라보며 빙 둘러서

목적지로 향하는 아쉬움이다.

 

 

안전이 최우선이지 위험한 모험은

절대 사양해야 한다.

국도를 달려도 숨이 가플 정도의 고갯길이

2곳이나 버티고 있기에 눈이 온다면

아마 쉬운 도전이 아니다.

 

 

산 아래에는 간간히 비쳐진 햇빛을 구경하지만

높은 산에는 진눈개비가 한바탕 내려 앞이

보이지 않는 구간도 발생되었다.

 

 

가는 도중에 어디 좋은 이야기 소재거리가 없는지

두리번거리기도 빼놓지 않는다.

1년 만에 온 기억을 더듬어 야생화가

피었다는 지점에 정확하게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국도에서 좁은 소로 길로 들어선다.

인가가 점점 사라지면서 깊은 계곡으로

한참을 미끄러져 달려간다.

 

일반인들은 그냥 보고도 지나칠 장소에

피어있지만 나에게는 먼 거리에도 큰 모습으로 비쳐진다.

따뜻해진 햇살에 막 꽃잎을 열고 있는 모습이라

노란빛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주위에는 온통 숨을 죽이듯 모든 식물들은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시간 그렇게 세상의 빛이

그리워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꽃을

피우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아니 나를 사랑한다고 소리쳐보고 싶어서

그렇게 꽃송이를 펼쳐 보이는 지도 모른다.

잎도 아직 미동하지 않는 줄기만으로

꽃을 피우는 강인함의 생명체 그 아름다움에

사랑의 고백을 하는지도 모른다.

 

 

정말 주위에는 쥐 죽은 듯 찬 겨울바람에

서걱거리는 마른 풀 잎들만 부딪히는 소릴 외면하고

환희의 빛을 안고 피어난 꽃송이를 보고

가슴 설레지 않는다면 감성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환상적인 모습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사진을 담기 전 먼저 차가운 흙바닥에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입술을

꽃잎에 가져가며 “복수초야! 사랑한다!” 고

속삭임의 입맞춤부터 시작한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아직도 시샘하듯 몰아치는

시간에 나를 기다리는 너의 모습은 너무

감동적이라고 대화의 장을 열어 간다.

 

 

“날씨가 풀어지지도 않았는데

무엇이 그리워 이렇게 일찍 꽃송이를 피웠니?

춥지도 않는 거야!”

 

 

그 질문에 들려오듯 속삭이는 소리는

“요즈음은 햇살이 제법 따뜻하여 햇볕 있는

시간에는 견딜만하고 밤이면 꽃잎을 닫아 체온

유지에 안간힘을 다 쏟아내죠!, 그래도

나를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고 하는 듯하다.

 

 

올망졸망 혼자서는 외로울까 무리지어 피어나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꽃들이 서로 부딪히는

스킨쉽이라 더욱 탐스런 빛으로 다가온다.

 

 

봄을 알리는 야생화로 일찍이 꽃을 피워도

동물들의 먹이 감이 되지 않는 강인함,

자체적인 독성을 갖고 있기에 동물들은 복수초를

함부로 뜯어 먹지 못하여 이렇게 화려한

모습을 간직하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수줍은 듯 오후 시간이 되었어도

꽃잎을 열고 있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약간 수줍은 모습으로 활짝

피어나지 않는 것이 더욱 환상적이다.

 

 

복수초는 따뜻한 햇살이 비쳐지면

꽃잎을 열어 보이나 흐리고 눈과 비오는 날과

햇빛이 없는 저녁이 되면 꽃잎을 다물어

꽃술을 보호하는 식물이다.

 

 

함박눈과 얼어있는 대지 속에도 힘을

자랑하는 노란 복수초의 색상이

햇볕을 받으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복수초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 비치는 겨울날에 마치 노란 풍선이

풍만하게 부풀어 오르듯

꽃망울이 벌어지며 화려한 노란 꽃잎들이

우리의 가슴을 더욱 설레게 한다.

 

수술 속에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돌기가

난 노란 향기의 암술이

자리하고 있고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 이라 하며

봄을 알리며 노랗게 피어나는 복수초를 보면

누구나 축복받을 느낌이다.

 

 

'복수초' 야생화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다면 

복수의 전설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나

복수초(福壽草)야생화는 복(福)과 장수(長壽), 

그리고 부유함과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봄꽃이다.

 

봄의 향기가 달려오는 시간 깊은 산속에서

꽃을 피우는 복수초는

눈과 얼음 사이를 헤집고 웃음을 보인다고 하여

‘얼음새꽃’ 이라고도 한다.

 

겨울 끝자락 대지위에 식물들이 모두

고이 잠들고 있을 무렵

노란 병아리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봄을 알리는 야생화.

 

 

 

 

 

 야생화의 이름이 '복 복(福)'자에 '목숨 수(壽)'자를 쓰므로

‘복을 많이 받고 장수하시라는'는 사랑이 담겨 있기에

 새해가 밝아올 때 복수초 야생화를 선물 받으면

건강하게 일 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윗사람에게 드리는 마음의 선물로도

인기를 더하여 가는 아름다움이다. 

 

 

가을에서 겨울에 걸친 반 년 동안

지상 위 그 자취가 사라졌다가,

봄이 시작되자마자 사랑의 이야기를

제일 먼저 전하는 야생화이다.

 

꽃샘추위로 꽃망울을 맺고 있는 그 위에 얄밉게

내리는 눈송이와 추위로 얼음으로 변할지라도

꿋꿋하게 그 추위를 뚫고 나타나는

황금색 복수초 야생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복수초는 모든 식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황금색 꽃망울을 터뜨리고,

다른 야생화들이  왕성하게 자라고 자리다툼을 하는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에서 열매를 맺고

또 다른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봄의 향기까지 휴식을 취하는

독특한 생활사로 더 매력적인 사랑을 얻는 힘이다.

 

 

야생화를 보면 또 보고 싶은 중독성이 강한 식물이다.

아마도 연약해져 가는 인간에게 일깨움을

안겨주는 힘이 있기에

영원히 그들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모든 분들에게 임진년 새해 복 많이 받고 무병장수하시고

부유한 삶이 되는 한 해가 되도록 2012년

첫 복수초 야생화를 선물로 드린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행복하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