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기타(인물사진 포함)

무더운 여름 피서와 어우러진 천렵이야기!

테리우스원 2011. 8. 5. 14:36

 

 

 

물폭탄도 부족하여 찜통더위까지 정말 힘든 여름을 지내고 있는 듯하다.

큰 배려라도 하듯 잠깐의 폭우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가까운 계곡으로 물놀이를 가자고 조른다.

혼자서 계곡야생화 탐사 때 찜한 지역이 번개처럼

 떠올라 대전도심 주변을 달려간다.

 

계곡으로 접어들면서 차 창문을 열어도

후덥지근한 바람만 얼굴을 강타한다.

길을 따라 상류로 향한 길 어느새 군데군데 피서객들이

자리를 잡은 흔적이 나타난다.

 

 

 

 

계곡의 좁은 도로 다행스럽게 우리 가족이 즐겁게  쉬어 가라고 하듯

자리를 비어 두어 차량을 주차 할 공간을 확보하였다.

그렇지 못하면 두 대의 차량 교행이 어려운 좁은 도로이기에 다행스러웠다.

저 밑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정겨움과 시원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서둘러짐을 챙기고 미끄러지듯 가파른 경사 길을 한걸음으로 내려가

계곡의 시원한 물속에 짐을 든 채로 텀벙 발목을 담구니 뼈 속까지 시원함이다.

계곡이란 여름 폭우에는 무서운 곳이라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보지만 안전한 곳으로 판단되어 나무 그늘 평탄에 그늘에

자리를 틀고 준비한 먹을거리를 쏟아 붓고 있다.

 

계곡 위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꼬마들의 물장구

소리도 무더위를 날리기에 충분한 환경이었다.

한편 물난리로 재난을 당한 주민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오랫동안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 모처럼의 무더위를 피신한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이 정도의 마음 표시로 사과를

 드리고 즐거운 물놀이를 하고 가련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우두둑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준비한 우산으로 우선 먹을거리를 감싼다.

제법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다시 돌아가야

하나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조금 기다려보니 지나는 소낙비처럼 또 하늘의

푸름 빛이 감돌고 햇빛이 아스라이 숲속사이로 얼굴로 비쳐온다.

너무 변덕꾸러기 날씨 정말 짜증나려고 한다.

 

아예 비옷을 입고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구고 시원함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비가 내린다고 하여도 어차피 버린 몸 그냥 물놀이로

즐기고 가자고 가족들도 동의를 한다.

 

 

 

 

깊은 계곡물이  너무 세차게 흘러 물고기들이

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주 빠른 동작으로 헤엄쳐  

나를 비웃기라도 물속을 헤집고 다닌다.

작은 폭포에 흐르는 물소리와 주변 경관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정말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어떤 피서객이 최근 보기 드문 반두 족대를 가지고 우리가 있는

물가로 고기를 잡으려고 나타났다.

꼬마 아이가 아들로 보였는데,  이모부라고 웃음을 머금고 대답을 한다.

이 순간을 어찌 놓치라 카메라를 준비하고 그분에게

촬영 승낙을 받아 반두 족대로 고기를 잡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옛 전에는 투망으로 맑은 물속의 민물고기를 가득 잡고 

강가 자갈밭에 불을 피워 솥을 걸어 어죽을 끓여

먹던 천렵의 추억이 솔솔 되살아난다.

그땐 민물고기들도 얼마나 많았던지 맑은 물속에 잽싸게

달리는 물고기도 투망에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투망 한쪽 일부를 오른쪽 어깨에 조금 걸치고 오른쪽 팔로

 그물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발꿈치를 수평으로 들어 올린다.

양손은 그물 모퉁이를 잡고 좌우 반동을 이용하여 힘껏 원을

그리듯 멀리 던져내면 큰 원을 그리며 쫙 퍼져 그림 같은 

투망의 그물들이 물속 멀리 까지 날아간다.

 

조심스레 살살 물밑 땅으로 그으면서 그물을 끌어내면

성질 급한 갈피리 물고기가 그물 안에서 공중부양을 시도해본다.

그러나 역부족 이미 투망 속에 갇혀 빠져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며 딸려 나온다. 

 

활짝 펴진 그물이 모두 접혀 손아귀에 들어올 무렵이면 하얗게

퍼드덕거리는 물고기들이 가득 잡혀 오곤 하였다.

힘들지만 10차례 정도를 시도하면 같이 간 일행들이 배불리

먹을 어죽꺼리가 준비될 수 있었다.

 

 

 

 

들통 반 정도의 1급수 민물고기 이름조차

다 불러주지 못하였지만 풍성함 자체였다.

능숙한 기술자는 투망질을 하고 한 팀은 불을 피우고 또

다른 팀은 고기를 다듬는 분담 역할이 일사분란하게 시작된다.

이럴 때 지시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 것 같다.

스스로 자신 있는 분업에 발을 맞추면서 고기가 많이

잡히는지를 눈을 흘깃 감시하고 쳐다볼 뿐이다.

 

한 마리 한 마리 정성스레 내장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로 깨끗하게 씻어

헹군 후 끓고 있는 뜨거운 물속으로 잡은 민물고기를 몽땅 넣는다.

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 삶아 낼 때까지 주변 나뭇가지로 불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

 

몸의 앞쪽은 뜨거운 열을 가진 불, 등 뒤는 한 여름의

태양빛에 노출되어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줄줄 흘러내려도

짜증이 나지 않았던 기억이다.

 

푹 삶은 고기를 소쿠리에 쏟아 받쳐 놓고 강 주변에

자라고 있는 버들강아지나무 가지를 준비한다.

 

강 주변에서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버들강아지 손가락 굵기의

가지를 손으로 꺾어보면 솔 같은 잔가지들이 만들어 진다.

여러 개 만들면 큰 솔 같은 도구로 푹 삶아 소쿠리에 담긴

고기를 짓찧기 시작하면 고기 뼈들이 몽땅 버들강아지

나뭇가지 사이로 다 숨어들어 온다.

 

 

 

 

많이 쌓이면 흐르는 물에 씻어 고기들의 먹이로 뼈를 제거

흘려보내고 다시 반복하기를 수차례 하면 뼈가

거의 제거된 어죽 재료가 완성된다.

구멍이 좁은 채에 고깃살을 걸러도 좋지만 이 방법이 더 자연적이고

뼈가 확실히 제거되어 먹는데 불편함이

없는 방법으로 터득된 노하우다.

 

두 번에 나누어 어죽을 만들어야 점심과

풍성한 저녁 만찬이 될 수 있다.

태양고추 가루와 고추장 집 된장을 넣는데 된장은 약간 텁텁하지만

 비린 맛을 제거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므로

 어죽에는 필수품으로 여긴다.

 

 

 

 

 

그리고 우리밀로 반죽하고 만들 수제비는 반죽이 잘된 재료를

나무주걱에 얇게 펴 올리고 젓가락을 이용하여  뚝! 뚝! 떼어내면 그 크기 또한 

한결같은 예술 작품으로 탄생된다.

양념으로 마늘을 으깨고 청량고추를

가늘게 썰어 많이 넣어야 매콤함과 담백함이

공존하는 어죽이 탄생된다는 것이다. 양념과 함께 푹 삶기를 한참동안

그리고 수제비가 익어 먹을 수 있을 무렵 깻잎과 파, 양파 그리고

차조기나 방아풀을 가볍게 썰어 푸짐하게 넣고 나면

걸쭉한 어죽 완성이다.

 

 

 

 

이렇게 맑은 강 투망질로 민물고기를 잡고 만들어 낸

 어죽 놀이하는 것을  두고 천렵놀이라고 한다.

그 어떤 맛으로 비할 바 되지 못하며 옆에서는 먹던

사람이 졸도를 하여도 모를 맛일 것이다.

 

어른 아이들 할 것 없이 큰 대접에 한 그릇 먹으면

뜨거운 여름을 잘 지내는 최고의 보양식이었다.

글을 쓰는 본인의 입안에는 벌써 침이 가득 고였다.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았고

배가 부를 정도로 두 그릇 세 그릇은 기본이라

 큰 솥에는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저녁에는 어죽 국물을 다시 끊이면서 국수를 넣고 휘휘

저어 주면 수제비의 맛과 또 다른 맛이 탄생된다.

 

양푼 그릇에 어죽을 가득 담고 흐르는 강의 물 가장자리에

발을 담군 채 서서 뜨거운 국물을 후!~~ 후!~~~  불며 얼굴 온통 땀범벅이

되는 모습을 상상하여 보면 참맛을 느낄 것이다.

 

 

 

 

 

발은 물속이라 시원하고 속은 따뜻하여 땀이 솟아나고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란 단어는 여기서 찾으면 의미가 없다.

처음 맛보는 이는 또 달라고 빈 솥단지 주변을 기웃거려

바닥에 붙어있는 누룽지잔량까지 숟가락으로 훑어간다.

어린 꼬마들은 작은 량이 아쉬워 숟가락을 뒤집어

입으로 연신 빨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요즈음은 이런 분위기를 느껴 본지 가마득한

옛날의 이야기로 여기어 진다.

환경오염이란 심각성 때문에 강가에서는 불을 피울 수 없을 뿐 아니라

투망질도 기관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인의 경험담을 알려드리지 않으면

훗날 천렵이란 단어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착각 될 것 같아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실제사항을

세밀하게 정성을 다하여 공개 드린다.

 

 

 

 

그런데  반두와 족대는 허가 없이 누구나 물놀이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오늘 그 귀한 천렵의 도구를 보면서 옛날의 감회에 푹 빠져 간다.

물속에서 잡아 올린 고기들은 애기 산천어로 보인다.

 

산천어는 물이 맑고 물살이 빠르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민물어종이다.

오늘 마음껏 옛 추억을 되살리는  

생각으로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언제 그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날지 많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의 대도시의 천렵이란 단어는 환경오염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고

현재의 젊은 세대들은 이런 놀이문화를 즐길 줄 모르는 아쉬움도 가득하다.

온 몸이 땀과 강물에 장난으로 물로 뒤범벅이 되어도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는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시간이 깊어가도록 옛날의 이야기꽃을 피우고 열

대아의 기온이 사라 질 때까지 

시원한 물놀이의 아쉬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땅거미가

밀려오면 흩어진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또 이런 즐거운 놀이문화를 소망하면서

모두 즐거우시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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