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ㄴ)

물에 빠진 생쥐꼴로 만난 노랑물봉선꽃 야생화!!

테리우스원 2011. 9. 21. 07:30

 

 

 

 

덕유산 향로봉 1,034m 고지를 점령하고 다시 서둘러 온길로

되돌아 반대방향으로 한참을 가면 안국사로 가는 팻말이 보인다.

사실 한번 가보지 못하고 이름으로 들어 그 명성을 알고 있는 사찰이다.

그런 것들이 궁금함을 더 자극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덕유산의 안국사 사찰입구까지 차량통행이 가능하지만

오늘은 적상산 뒤에서 험준한 산을 넘어 가는 길이라

너무 멀고도 험한 사찰 길로 나의 뇌리에 각인될 것 같다.

향로봉에 도착된 그 힘으로 적상산의 능선을 따라

약 1.0km 정도를 가면 안국사로 가는 길이 있다는 안내에 따라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태풍 영향으로 숲속 밑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탄 운무들의

이동으로 사방이 어둠속으로 서서히 밀려가니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처음부터 이렇게 높고 깊은 산속으로 야생화를 탐사할 계획이

아니었는데 조금만 더 조금 더 하는 욕심으로 이렇게

높은 산 정상으로 오르다 보니 욕심이 자꾸 생겨 발생된 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안겨주는 교훈은 인간의 욕심은

버려야 한다고 깨닫게 만든다.

 

번잡하게 진행되는 경쟁적 사회생활에는

몸으로 느껴지는 감이 적을지라도

자연과 나만이 존재하는 이곳에서는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가르쳐 주어 감사한 마음을 갖는 시간이다.

 

자연은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자신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을 가져볼 기회를 제공한 그 곳을 자주 찾는 이유도

내 마음 속의 정의롭지 못한 삶의 일부를 다 내려놓고 오고 싶어서

혼자만의 산행을 그리고 야생화와의 정겨운 대화를 가지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무거운 것을 지고 메고 들고 하여도 짜증스럽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 속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 이유이다.

 

 

 

 

 

물론 10시간 이상의 험한 산길을 헤매고

뿌려지는 태풍 속에 젖어 무거워진 육체는 피곤하고 힘들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만 내면의 잠재된 쓸모없는 잡쓰레기와

복작한 구조적 삶에 지친 육신의 세포들을 아주 빠르게 복원 치유되는

놀라운 힘을 주는 곳이 바로 이런 곳이라고 확신한다.

 

 

오늘은 안국사란 위치를 미리 탐색하고 오지도 않았지만

정상에 서 있는 안내 표시판에 매료되어 먼 길을 올라온

수고로움이 너무 아까워서 모두 다 탐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깊은 산을 오르다 볼 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핸드폰이 어디서나 잘 터진다는 것이다.

 

처음 핸드폰이 출시될 무렵 무전기 같은 핸드폰의 번호가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011 번호이기에 가능하였다.

 

 

 

 

 

아주 의아스러운 야생화가 가는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이런 높은 곳에 자리를 틀고 있을 제목이 아닌데 하면서

우산으로 온몸을 방어하면서 다가서 본다.

 

전국 논둑이나 밭고랑 그리고 빈터의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여뀌 종류이다.

그러나 1000고지가 되는 산 능선에 이렇게 무리지어

피어나 비바람에 나를 반기면 손짓해주는 모습이었다.

특이하게 비춰져서 다른 종류일까 궁금함을 자아내게 만들어

세밀하게 살펴보지만 틀림없는 장대여뀌 야생화이다.

 

 

 

 

 

장대여뀌[총지료(叢枝蓼)]

Persicaria yokusaiana for.laxiflora(MEISN.)HIYAMA

 

다른 이름으로 줄여뀌, 짱때여뀌, 긴이삭여뀌

총지료, 줄역귀 등으로 불린다.

깊은 산 숲 가장자리 또는 대나무 숲 밑의

풀숲이나 습한 계곡이 흐르는

지역에서 자생한다.

 

 

 

 

여뀌과의 한해살이 야생화이며 키는 20-60cm 정도이다.

줄기는 밑에서 가지를 벋으면서 약간 비스듬하게 자라기도 하고

위에서는 곧게 자라며 털이 없다. 세로로 홈 줄이 있고

밑의 마디에서 뿌리가 발생되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고 1cm 짧은 잎자루는 받침 잎 집의 밑에 붙어있다.

잎의 질은 부드러우며 가장자리에 털이 약간 있고 6-9월사이

가지 끝이나 잎의 겨드랑이에서 여러 개 이삭모양꽃차례로 피어난다.

 

꽃의 크기는 2-10cm 정도이고 연한 홍색 꽃이 드문 피어나는 두성꽃이다.

수술은 7-8개 암술대는 3개이다. 열매는 여읜 열매이며

2-2.5mm 정도의 크기로 10월경에 익는데 갈색이고 윤기가 난다.

 

 

 

 

 한참을 장대여뀌 야생화와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또 다른 야생화를 만나야 하는 바쁜 마음으로 깊은 숲속을 헤쳐 나간다.

 

세차게 바람타고 뿌려지는 빗속으로 능선을 타고 드디어

안국사 길로 접어들어 내리막길을 빠르게 달려 나간다.

 

 

 

 

와우!~~~~

 

가까워져 오면서 주변의 계곡에는 붉은빛 물봉선의 천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주변을 샅샅이 뒤지면서 노랑색을 기대해본다.

 

그러나 많은 물봉선 흔적이 가득하지만 노랑색은 보이지 않는다.

사찰의 웅장함도 운무 속에 하나의 한국화를 연상하게 만들어준다.

 

 

 

 

우선 먼 거리 많은 량의 비를 맞아 휴식을 취할 공간을 찾기 시작하였다.

사찰 내 찻집이 있기는 하나 명절 앞이라 손님이 없어 임시 휴업이란다.

 

대웅전을 지나 아래로 내려오니 건물 밑에 불교용품을 판매하는 곳

앞에 긴 의자가 있어 체면불구 하고 장비를 쏟아내고

의자에 풀썩 주저앉으며 물을 들이키기 시작하였다.

 

 

 

 

 

물품 판매하고 계신 여자 분께서 손님의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나와 펴진 우산을 보면서 우산을 쓰고 오셨는데 온몸이 비를 다 맞으셨네요?

안쓰러운 눈으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넨다.

 

마침 덕유산 국립공원관리소 직원들의 주변 순찰차 비를 피하려

같은 장소에 머물면서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무슨 사진을 담으려고 오셨나요?

하는 반문에 ‘야생화를 담으려고 왔습니다.’ 향로봉 뒷길로 올라와

안국사까지 오는 길 중간에 비를 만나게 되어 이렇게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답니다.

 

웃으면서 특히 야생화는 힘들지만 비를 머금은 모습은 청명함으로

더욱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많이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하자

그러면 더 할 말은 없습니다. 라고 하셨다.

 

대부분 장비를 염려하여 비가오는 날은 사진 담는 일은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주인장이 비에 젖은 모습에 따뜻한 커피를 한잔 드릴까요?

하는 질문에 사찰에도 커피가 있나 보다 하면서

조금 의아한 마음이지만 이 사항에서 찬밥 된밥을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차 중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커피이기에 마시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거절은 아주 실례가 될 것 같아 그냥 웃음으로 감사합니다.

종이컵에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커피 한잔 건네주는

손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지금은 거의 녹초가 될 상태 일보 직전이다.

 

커피에는 카페인이란 성분이 중독성을 자아내기에 거의 마시지 않는 편이다.

이런 저런 정보를 얻으려고 덕유산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에게 근처에 특별한 야생화가 어디 있나요?

 

 

 

 

하는 질문에 없다고 하자 사찰 뒤편에 물봉선이 가득하던데

어쩜 지대가 높은 곳인데 노랑색과 흰색이 보이지 않더군요. 하니

불교용품 판매원이 저기 보이는 사찰 뒤편에 가면 노랑물봉선이 있어요.

 

지금 한 참 꽃을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귀와 눈이 번쩍이었다. 비오는 날의 횡재란 단어가 이럴 때 사용될 것이다.

커피향기가 왜 그리 좋은지 마시고 나니 카페인의 성분이 몸 안으로 퍼져

힘들어 피곤한 육체를 살살 녹여주는 기분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것 같다.

 

 

 

 

처음으로 커피가 이렇게 힘들게 지친 세포를

빠르게 활성화 시켜주는 힘을 가진

차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정말 대단한 마력적인 힘이라고 칭찬한다.

이러다 커피의 애호가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흩어져 있는 장비를 챙겨 아래 보이는

사찰의 뒤편으로 가보니 정말 노랑물봉선꽃이 옹기종기

물방울을 머금고 싱그러운 자태로 나를 반기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쌓였던 피로감이 싹 달아나고 있었다.

많은 개체는 아니지만 세군데 정도 적은 군락으로 피어난 모습에

완전 매료되어 온몸은 비로 흥건하게 젖고 있었다.

이왕 버린 몸 노랑물봉선의 매력으로 보상을 받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비오는 날은 빛이 아쉬운 점인데 어떻게 담아내야

숨겨진 빛을 잘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더 아름다운 모습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야생화의 사물 뒤 배경의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역광에 초점을 맞추고

노랑색에 가장 근접된 화이트 발란스를 조절 숨을 멈추고 우산 속에

그들을 담아내는 모습을 상상하시기 바란다.

 

 

 

 

얼마나 많은 량의 사진을 여러 각도와 다양한 기기조작으로

아쉬움이 없는 한판을 승부를 치루고 나니 허기가 밀려온다.

사찰 긴 처마 밑에 비를 피하면서 준비해온 찹쌀떡 두 개로 개 눈 감추듯

허급지급 허기를 달래본다.

 

남은 물과 죽염으로 겨우 갈증을 모면하고

카메라 장비 가방을 살펴보니 온통 비로 젖어 보관렌즈

주변까지 습기 물방울이 맺혀 있다.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렌즈 안까지 습기가 침투될 것 같아

숨겨진 마른 수건으로 대충 정비를 하고 이젠 어떤 야생화를 만나도

사진으로 담지 않을 것을 염두 해 두고 장비를 챙겨 내려온

안국사 뒤편으로 왔던 길로 우산을 받쳐 들고 오르기 시작한다.

 

 

 

 

 

다음은 안국사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모두 즐거우시고 건강함이 가득하시길

 

사랑합니다! 그리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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