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ㅇ)

아이쿠! 배야~ 소리가 아그배나무로 만들었다.

테리우스원 2010. 11. 24. 13:55

 

 

 

아이쿠!  배야~~~

어떤 느낌인지 말로는 표현이 적절하지 못한 하소연으로 터져 나오는 고통의 소리다.

풍성한 가을 잘 익은 열매를 기다리지 못한 어린 마음이었다.

 

동네 꼬마 친구들과 뒷동산 언덕위에 소꼴을 먹이고 말뚝박기 놀이로 정신없이 뛰놀다

허기진 배를 달래보려 계곡 쪽에 조롱조롱 달린 열매 한주먹 훑어 입 안 가득 넣고

잘근잘근 씹어 피로함을 날려 보낼 단맛의 싱그러움을 상상하였다.

 

 

 

 

동네친구들에게 영웅적인 심리도 조금은 작용하였다고 고백 드린다.

너희들은 감히 엄두도 내질 못한 것을 먹을 수 있다는 행동을 보여 주려 한 것이다.

 

퍼렁 녹색의 열매는 입안에서 떫고 강한 신맛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살살 아파오는 배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온갖 인상도 다 찡그리며

더 많이 먹여야 할 소 꼬투리를 움켜쥐고 친구들의 위로보다

웃음거리로 비쳐지기 싫어 산 언덕을 미끄러지듯 서둘렀다.

 

 

 

 

싸리문 대문을 들어서기 무섭게 내 뱉는 신음소리가 아이쿠! 배야~~~ 아이쿠! 배야~~~

놀란 할머니는 손자의 그 모습에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거리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한 손으로 할머니의 발 빠른 행보를 제지하는 제스처를 보내어도

할머니는  손자의 태도에는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아범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 다니신다.

 

옆집 일을 다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가 아들의 모습을 보고 다급해져 손에 들고 있던 대나무

소쿠리를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달려가며 아들아!~ 왜? 그랴! 놀라고 흥분된 음성으로 아들을 껴안는다.

 

아들 왈! 엄마!~~ 괜찮아요! 배가 고파 아그배나무 풋 열매를 한 움큼 훑어 먹어서 그래요!

뒤늦게 찾아온 아범과 할머니가 아들의 그 표정과 고백하는 말투에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할머니는 종종걸음으로 뒤 켠 장독에 발효를 잘 시킨 매실 액을 조롱박에 퍼서 손주에게 이것 먹으면

괜찮을 것이니 걱정 말라고 위로 하고 건네 주신다. 벌컥벌컥 원액을 들이켜니 알딸딸한 맛과 발효로

묻어나는 알코올 성분이 어린 손자의 정신마저 몽롱하게 만들었다. 아파오던 배가 거짓말 같이

사라져 찡그린 인상을 펴 입가 미소를 보이는 표정에 모두를 쓴웃음 짖게 만들었다.

 

엄마의 엄한 꾸지람 그래! 잘 익지도 않은 열매를 따 먹으면 배 아프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것이야! 또 그러면 진짜 혼날 줄 알라고 경고 하신다.

그렇게 친근함으로 다가온 열매들이 지금 늦가을까지 낙엽 하나 걸치지 않는

앙상한 가지에 셀 수 없을 정도의 풍성함으로 우리를 유혹하며

달려있는 열매나무가 바로 아그배나무이다.

 

 

 

 

옛날 우리들의 어린 세대에는 그런 일들이 허다하였다.

변변한 간식이 없던 시절 자연 속에 달리고 피어난 식물의

모든 것들이 간식거리가 된 것을 말이야!

 

따가운 햇살 속에 피어난 녹색잎사귀 사이에 달려있는 열매들이

찬바람이 불고 기온 하강한 11월이 돌아오면 붉고 노란 빛깔로 탐스런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는

아그배나무 열매를 바라보면 그들에게 달려가지 않을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가을비 내리는 날에 영롱한 물방울을 달고 있는 붉고 노란빛의

열매를 바라보면 보석 보다 더 아름답다 표현하고 싶다.

 

 

 

 

 

 

어린 시절 궁금했던 이야기를 틀어 놓으면

집에서 기르는 닭과 오리 등은 추수하면서 흩어진 각가지 곡식들을 먹이로 삼고

간간히 뿌려주는 밀알과 보리쌀로 겨울이라도 아무런 걱정이 없었지만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새들은 겨울철이면 무엇을 먹고 사는 지 조금 궁금한 바 도 있었다.

 

머리가 굵어지고 연륜이 쌓이면서 그렇게 걱정하는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얼마나 맛나게 먹는 곳에 심취되어 아름다운 모습을 담으려 훌쩍 커버린 아그배나무 아래로

살금살금 다가서도 부리 속으로 열매를 깨물기 바빠 다가오는 나를 본체만체하는 서운함도 있다.

 

그 이유는 아그배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서 하늘을 찌를 것 같이 높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오히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나로 인하여 놀라 허둥지둥 날아가 버리면

미안함이 가득할 것인데 말이야! 오늘은 나에게 죄스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배려가 돋보인다.

 

 

 

 

 

한참을 우러러 바라보게 하는 나무도 있는 반면 나의 눈높이의 크기에 알콩달콩 달린

열매의 풍성함을 가진 아그배나무도 많이 있다.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더 가깝게 다가서본다.

 

열매는 배의 형태를 쏙 빼닮았지만 크기의 지름이 5-9mm 정도로 작으며 황 홍색과 붉은 색이 조화를 이룬다.

탐스럽게 잘 익은 열매를 따서 입안에 깨물어 보면 배와 사과의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입안에서 맴돌고 있는 씨앗은 약 7개정도로 홍화씨를 많이 닮은 모습이다.

 

 

 

 

 

아그배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당이(棠梨), 삼엽해당(三葉海棠) 삼엽매지나무, 솜털줄해당나무 라고도 불리 운다.

주로 우리나라의 남부 중부지방 해발 2000m 이하지역의 산기슭에서 주로 자생하며 15m 이하의 큰키를 자랑하기도 한다.

 

5월이 되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꽃들이 송이송이 만발되어 벌과 나비의 축제장을 이루지만

가을이 돌아오면서 봄의 꽃차례 수만큼 4-10여로 달린 열매가 더 아름다워

자연 속에서 더 사랑을 받고 있다고 표현한다.

 

 

 

 

아그배나무는 배나무보다 능금나무에 가깝게 느껴지지만 열매의 형태가 우리가 즐겨 먹는

배를 너무 많이 닮은 축소판으로 돌배나무와 비슷하고 작은 열매로 아기배라고 하였다가

아그배로 불러지게 되었다고 하며 여름철에 설익은 열매는 신맛이 아주 강하여 탐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특별한 간식이 없던 시절 동네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따서 먹고 배 아픔을 호소하는

'아이쿠!~ 배야~'의 소리가 '아그배'로 변화되어 불러지게 되었다고 한다.

 

 

 

 

 

남아메리 남동부 대서양에 자리 잡고 있으며 1502년 1월 1일 포루투칼인 항해사에 의해 발견된

브라질의 수도 리우데자네이루 (포르투칼어로  리우는강, 자네이루는 1월의 뜻) 도시에서 열린

지구환경회의에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보류는 푸름을 자랑하는 나무라고 결론을 내리고

세계 각 나라마다 하나 생명의 나무를 지정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자랑스럽게도 '아그배나무'가 지정되었다고 한다.

 

 

 

 

 

지금 산야에서는 온통 붉고 황 홍색의 열매가 축제의 장을 이룬다.

모든 새들이 풍성한 열매의 나무가 달린 아그배나무로 최고의 인기 장소로 손꼽힌다.

채진목 열매와 비슷하여 혼동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그배와 구분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도 한동안 채진목 아그배 열매의 분별에 어리둥절하였지만 열매의 뒷부분을 보면

채진목은 애기사과 같이 열매 끝 부분이 날카롭게 꽃모습이 말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아그배는 배와 같이 매끄러운 모습으로 구분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얼마나 풍성한 열매를 자랑하는지 가지가 휘늘어진 모습도

미를 추구하는 한국의 미로 칭찬하고 싶어진다.

 

한 가지에 동일한 색상의 열매가 있는 것이 상식이나

드물게 노랑과 붉음의 혼합들로 바라보게 한다.

 

전문가들은 그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실제의 모습으로

의문점을 완전히 해소하게 만들어 버린다.

 

꽃보다 열매가 더 아름다운 나무 아그배나무

삭막하고 차가운 바람 속에서 철새들에게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내어 주고

그 대가로 더 풍성한 종족 번식을 소망하는 자연의 법칙에 경의를 표한다.

 

 

아그배나무[당이(棠梨)]

Malus sieboldii(REGEL)REH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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