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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ㄷ)

돌마타리 [패장(敗醬)] 여름 야생화!

테리우스원 2021. 8. 9. 15:35

돌마타리 [패장(敗醬)]

Patrinia rupestris (Pall.) Juss.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자엽식물강(Dicotyledoneae),

산토끼꽃목(Dipsacales), 마타리과(Valerianaceae), 마타리속(Patrinia)이다.

 

우리나라의 중부 이북 산지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야생화다.

8월의 초순 조금 걸으면 정상이 보인다는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어 땀 바가지를 흘린 사건으로 기억한다. 산길을 오르는 숲에는 어제 내린 소낙비로 나무와 풀잎에 물방울을 맺고 있어 빠른 걸음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이다. 오늘따라 바람이 불지 않는 30도를 넘는 살인적 무더위가 더욱 힘들게 한다. 아주 쉽게 생각한 자신의 잘못에 누구에게 탓할 성질이 아니었다. 멀고도 긴 능선의 지루했던 거리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30 여분 만 가면 정상을 만날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에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고 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나의 성격을 두고 던져진 한 마디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가야산의 칠불봉을 향하는 상황과 비등한 어려움의 악몽으로 다가온다. 암반으로 둘러싸여 희귀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 가득한 소리에 무거운 망원렌즈까지 준비했으니 어깨가 천근만근 흐르는 땀을 주최할 수 없고 몰아쉬는 숨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에 옆 지기가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안타까운 눈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중간중간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반기지만 장비 풀고 대화를 나눌 자신이 없어 조금 안타깝지만, 패스하고 전진한다. 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시원한 시야에 빨려갈 듯 가파른 절벽 난간 정상에 우뚝 서도 바람이라곤 불지 않는다. 숨을 몰아쉬며 장비를 풀고 안정을 취해 보지만 쉽게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기다림의 시간을 조금 가져야 할 듯하다.

 

 

1,055m 높이지만 암반으로 구성된 좁은 공간 정상에 세찬 바람의 흔적으로 교목(喬木)은 보이지 않고 관목(灌木)도 힘든 흔적이었다. 불같이 내리쬐는 태양에 숨 고르기를 하는 시간에 이상한 냄새를 감지하였다. 혹시 너무 힘들어 내 몸에서 나는 것일까? 땀으로 젖은 옷에 코를 가져가도 아니다. 동행한 아내가 방귀를 뀌어도 이렇게 심할까? 하는 생각으로 의심한 것이다. 날씨는 무덥고 바람은 불지 않으니 산 정상에서 겨우 몸을 의지한 돌마타리 야생화의 한여름 향기 흔적이었다.

 

 

방향성 야생화이지만 이렇게 무더위에 반항이라도 하듯 품어내는 고릿한 향기는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벌과 나비의 유혹보다 왕파리 일명 똥파리가 노란 꽃송이를 점령하는 기분이다. 아니 이런 높은 산에도 왕파리 활동이 왕성하니 놀람의 연속이었다. 궁금했던 고약한 향기의 흔적을 알고 나니 조금은 싫지 않았고 불어오는 바람이 강하다면 덜 불쾌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높은 산 정상에서 몰아치는 거센 비바람에 생존 본능을 발휘하여 키를 최대한 낮추었고 줄기의 강인함으로 종족 번식을 위하여 노란 꽃송이를 펼쳐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대견하였다.

 

 

마타리과의 패장 야생화는 단 꿀단지로 불릴 만큼 꿀이 많아 온갖 날것들이 즐겨 찾는다. 그러나 꽃의 화려함 뒤에는 사실 '썩은 장독' 같은 식물이며 그 뿌리에서 오래 묵어 상한 콩장의 썩은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썩은 콩장' 같은 야생화라 하여 '패장(敗醬)'이라 한다. 동∙식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면서 위협을 느끼면 방어적 대처하는 지혜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마타리, 돌마타리, 금마타리 모두 한결같이 사람이나 짐승의 위협적인 터치의 기운을 감지하면 강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겨 접근하지 못하게 방어하지만, 종족 번식을 위한 벌과 파리 그리고 나비에게는 사랑의 향기를 아낌없이 내어준단다.

 

 

약명으로는 마타리류 뿌리를 패장(敗醬), 그리고 야황화(野黃花), 야근 (野芹), 고마자(苦麻子), 황화용아(黃花龍牙) 여랑화(女郞花), 마초(馬草), 압자식(鴨子食), 토용초(土龍草), 강양취, 가얌취, 미역취, 가양취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오늘 대화를 나눈 여름 야생화인 돌마타리는 중부 이북 고산지대 양지바른 척박한 암반 등에서 즐겨 자란다. 크기가 50cm보다 적으며 잎은 마주나고 깊게 갈라진다. 전초에는 털이 거의 없고 뿌리는 곧게 자라며 굵어 바위틈을 헤집는 강한 힘을 가졌다. 7∼8월에 가지 끝으로 산방꽃차례로 노란 꽃을 피운다.

동의보감에는 '여러 해 동안 계속된 어혈을 풀고 고름을 삭혀 물이 되게 하며, 또 해산한 뒤 산모의 여러 가지 병을 낫게 하고, 원활한 출산을 돕는다.' 설명한다.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승리하시고 폭염 더위에 건강함으로 행복하세요!

 

테리우스원(정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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