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ㅂ)

지천년 견오백의 사랑을 품은 닥나무!!

테리우스원 2010. 5. 28. 12:42

 

 

 계룡산(鷄龍山) 높은 자락으로 해가 걸러지는 시간  으름덩굴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면서 달려갔지만 메 달린 꽃망울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내년을 기약하는 인사를 건넨다.

 

아쉬워 주위를 한참동안 방황하며 다른 야생화의 모습을  찾는 시간이 되 버렸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돌아가려는데 미련을 다 버리지 못하고 휘어진 도로로 천천히 

내려오는 시야에 막 넘어가는 햇살 받아 붉게 물던  아름다움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숲이 많은 지역이라 평소에 무심히 바라보던 나무들 속에 꽃이 화려하게 피어난 모습은 처음이다.

자연의 조화로움은 우리를 절대 기다려 주지 않는 법이다.

 

우리가 그들을 찾아 나서야 하지만 허락되지 않는 시간 또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다.

평소 산속에서 닥나무를 만나리라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키가 훌쩍 자라 한참을 우러러 바라보게 되었지만 키 닿는 줄기를 잡고

 붉게 피어난 꽃송이를 유심히 살펴보니 그 모습이 신비롭다.

마치 태양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며 잎은 뽕나무를 쏙 빼닮았다.

 

 

 

닥나무하면 한지를 연상하니 문득 스치는 옛 추억

어릴 적 특별한 놀이 문화가 없던 시절 겨울이 되면 팽이치기가 최상의 놀이었다.

시골집 앞 논 추수를 끝내고 물에 잠긴 벼 뿌리가 듬성듬성 빙판위에 고개를 내밀었지만

두껍게 얼은 빙판은  팽이들이 재주를 부리기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팽이 밑 부분은 못 되신 둥근 쇠구슬로 박아 두어 얼음위에서는  묘기를 부렸다.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모습에 잠을 잔다고 표현한 여유로움도 선사하였던 곳이다.

 

장갑은 털실로 만들어져 채를 잡기에 미끄러워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맨손으로 팽이채를 잡았기에 오른손은 항상 두꺼비 등의

모습 같이 터실터실하여 부드러움은 상상하지 못하였다.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 시간 친구들이 하나 둘  많이 모여 팽이치기 놀이가 열을 뿜어낸다.

친구들의 엉덩이를 서로 밀치면서 상대의 팽이를 저 멀리 밀어내는 팽이싸움

경쟁으로 인하여 친교의 웃음소리로 어찌나 즐거웠던지

 

해는 저물고 어둠이 깔리면 싸리문에 서서 저녁 먹으러 오라고 소리치시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비록 손은 트고 볼품이 없지만

얼마나 신이 나게 놀았던지 추은 겨울에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하였지,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팽이를 챙겨 달려가면 손자는 그냥 조건 없이 귀여웠던 모양이다.

차가울세라 따뜻한 겨드랑이속에 두 손의 열을 보온하셨다가

손자 손을 꼭 감싸고 비벼 주시며 방을 데리고 간 사랑을 느낀 어린 시절이다.

그러나 부엌에서 국을 데워 가지고 오신 어머니는 호통의 연속이다.

 

숙제는 다하였는지? 식사 후 트고 갈라진  손을 따뜻한 물로

잘 씻고 안티프라민을 바르라고 하신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뛰놀다 따뜻한 황토방에 있으니 맑은 콧물이 흘려내려

연신 훌쩍거리며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바빠 어머님의 잔소리를 정중하게 듣지도 못하였던 같았다.

 

다음날도 또 놀이의 연속이다 고급코스는 자개를 동반한 연날리기, 다음은 썰매타기

제일 간단하면서 손쉬운 남자들의 놀이 문화가 바로 팽이치기가 아닐 런지? 

여자들은 대부분 공터에서 고무줄놀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팽이를 내리치면 빙글빙글 몸을 돌리면서 아픈 표정보다 즐거운 미소를 지어주는 아름다움이다.

친구끼리 서로를 뽐내며 더 예쁘게 보이려고 팽이 머리에  다양한 색상을 크레용으로

화장하듯 단장하고 즐기던 팽이치기 놀이였다.

 

빠르게 돌아가는 원심력에 의한  색상은 한마디로 환상적이었지,

팽이를 돌리기 위한 도구가 팽이채다. 팽이를 때리는 채에 달린 부분의

 재료가 천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닥나무로 만들어진 한지를 여러 겹 비꼬아

내리듯 엮어 사용하면 질기기로는 따를 자가 없었다.

 

 

 

 

팽이채의 끈을 구하려고 시골 읍내 5일 장날이면  봇짐의 옷 장사들이 많았다.

그 시절에는 내복을 주로 입는 추운 날씨라 융으로 잘려진 오징어 다리 같은 가는 천들로

여러 옷을 몇 벌씩 묶어진 것을 소비자들이 옷을 사면서

여분으로 남겨 버려진 헝겊을 줍는 즐거움도 기억할  것이다.

 

장날 파장이 될 무렵 풍성하게 남겨진 헝겊 조각을 많이 줍는 날에는

오랫동안 팽이채에 달릴 재료 걱정 없이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지만 

그 여분이 없을 경우에는 집안에서 헐어 버려질 옷을 찢어 사용하기도 하였다.

 

 

 

 

지혜로운 할아버지께서 그 모습이 안타까워  붓글씨 쓰시려고 다락에 숨겨놓은

 한지로 겹겹이 엮어 만들어 선물로 주신 그 사랑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두꺼운 헝겊보다 여러 겹 엮어진 한지뭉치로 팽이 옆구리 맞추는

 소리가 빵! 빵! 하며 경쾌한 소리와 화려한 색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친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 시절 팽이는 대부분 남자들이 몫이고 고무줄은 여자들의 놀이 문화이기에

남성만의 지혜로움 때문에 할아버지를 무척 따른 일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어린 시절 한지의 위용만 알고 있었지 한지를 만드는 원료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 못 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을 통하여 닥나무가 종이를 만드는  재료라는 것을 습득 하고 부터 고마움을 깨닫게  된 것이다.

 

 

 

 

최근에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문구


지천년 견오백 (紙天年 絹五百) 말을 많이 들어 보았다.

종이는 천년이고 비단은 오백년을 간다는 표현이 아니던가?

우리 조상의 지혜로움과 슬기가 묻어 있는 풍취 그리고 삶의  참 멋이 듬뿍 담긴

한지(韓紙)는 유구한 세월이 흘렀어도 지난 과거와 현재를 조화로움으로 이어주는

감히 흉내 내지 못할 우리 전통적 유산임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단지 질기다는 표현으로 만족 하겠는가? 부드러운 촉감, 접힘의 유연성,

묵향을 빨아들이는 흡착성, 방음성과 방한성, 보온성까지

그리고 모든 색상을 숨김없이 표현할 수 있는 능력과

우리의 건강까지 지키는 우수성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은 밝기를 나타내려 설치된 창문들이 대부분 유리 재질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옛날의 시골의 주거 형태는 볏 집 등으로  이은 초가지붕 오막살이에

유일한 통로인 출입문에 닥나무를 활용하여 제작된 한지(韓紙)로 문살에 바르고,

문(門) 여백부분은 좁게 잘라 붙인 문풍지로 북서풍이 휘몰아치는 혹한기에도 아무런 

어려움 없는 생활의 수호신 역할을 하였다.

 

그 뿐 아니라 숨을 마시고 내뱉는 원활함으로 건강을 챙겨주는 친환경적인 물질로

지금 살아가는 후손들은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사한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 닥나무에 대하여 심층 분석을 해보면

지역적으로 불려온 이름이 다양한 편이다. 저(楮), 저상(楮桑), 소구(小枸),

소구수(小枸樹), 소엽구(小葉枸), 피수화(皮樹花), 야상엽(野桑葉), 마사등(麻沙藤),

면화등(棉花藤), 구(枸), 장항목(醬黃木), 저도수(楮桃樹),

반곡(斑穀), 라고 불러지는 명칭이다.

 

 

 

 

닥나무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딱! 한다고 하여

딱나무, 닥나무로 변화되었다고 전하여 그 가지를 만져보니 

어린 순으로 자란 나무는 쉽게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는 탄력성도 대단하였다.

 

종이원료로 사용된 것은 고려시대부터 이며 조선시대에 들면서 가속화되어

닥나무를 재배를 크게 장려하기도 하였다고 전한다.


쌍떡잎식물 쐐기풀목 뽕나무과 낙엽활엽 관목이다.

산기슭과 개울물이 흐르는 밭둑 등에서 자생하며 높이는 3m이상으로 매년

성장속도가 대단한 편이다. 가지에는 짧은 털이 있으나 자라면서 없어진다.

 

껍질은 회갈색을 띠며 잎은 서로 어긋나고 4-20cm 정도이며 달걀 모양 또는 뽕잎을 쏙 빼닮았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2-3개 깊게 패어있다. 앞면을 거칠고 뒷면에는 가는 털은 점차 사라진다.

꽃은 암수 한 그루이고 봄철에 잎과 함께 피어난다.

 

수꽃 이삭은 1.5cm정도 타원형이고 어린 가지 밑 부분에 달린다.

수술은 4개이고 암꽃이삭은 둥글고 가지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예쁘게 달린다.

암꽃의 화피는 태양의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열매는 핵과이고 둥글며 7-9월경에 붉은 빛으로 익어가며 단맛으로 어릴 적 즐겨 먹기도 하였다.

봄철의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 먹으면 아주 맛나다. 잎을 자르면 흰 즙이 나오며

열매를 약명으로 저실이라고 하며 샤포닌과 비타민이 함유되었고 성질은 차고 독성이 없다.

간 .비 . 신경에 작용한다. 신장 기운을 활성화시키고  눈이 어두운 증상 간열로

인한 각막 혼탁 현상, 현기증, 이명증, 변비 등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신농본초경소 에서는 비위가 허약한 사람에게는

사용을 신중하라고 기록되어 전한다.

 

 

 

 

닥나무 원료를 통하여 만들어진 한지는 섬유질이 아주 단단하며

아주 질긴 종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한지 한 장을 만들기 위하여

99번의 손작업으로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그 노력의 대가로 비단보다

훨씬 오래가는 1000년의 종이로 탄생된 것이다.

세계에서 진정으로 인정하는 한지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최근에는 공예품이나 심지어 화려하게 변신된 의상으로 우리에게

선보이는 아름다움으로 극찬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닥나무껍질에서 추출한 인피섬유의 섬유는 길이가 30-79mm 정도의

길이가 되는 반면에 양지(洋紙)의 원료는 대부분 단섬유로

그 길이가 아주 짧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구태 길이를 공개 드리면

 침엽수가 2-6mm 정도, 활엽수가 0.7-1.6mm 정도이다.

 

 


닥나무

Broussonetia kazinoki

 

아름다운 향기를 품어내는 닥나무같은 삶이 되시길

 

사랑합니다 그리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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