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비닐속에 든 라면 값...
봄을 재촉하는 야생화의 향연속에
현재 따뜻한 봄의 기운이 감도는 지역에서는
노랑 복수초야생화가 피어나고 있답니다.
오늘하루도 평강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리면서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1. 물매화
햇살이 강하게 내리 쬐는 어느 오후,
한 아저씨가 우리 분식집에 들어오셨습니다.
2. 금붓꽃
"라면 하나 끓여 주세요."
예순 살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는 동전 몇
개를 보여주었어요.
3. 바위채송화
옷차림도 초라하고, 피곤해 보였습니다.
나는 얼른 라면과 밥 한그릇을 내주었죠.
아저씨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동안의 사정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4. 금낭화
"시골에 버려진 빈집을 고쳐서 몇 년 동안
살았는데, 얼마 전 집주인이 나타나는 바람에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되었어요
그 뒤, 기차역 부근에 하루 2 백원씩 내는
노숙자 숙소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지요.
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좀처럼 구할 수
가 없었습니다."
6. 병아리난초
그러다가 아는 사람이 고랭지 배추 농사를
거들어 달라고 해서,
평창에 가는 차비를 구걸하러 다닌다는
것이었어요.
7. 꽃방도사니
"그래, 얼마나 구하셨어요?" 내 물음에
아저씨는 얼굴을 붉히며 손바닥에 있는 동전
천 오백원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굳이 그 돈을 라면값이라며 주시는데,
나는 차마 받을 수가 없었어요.
8. 꽃다지
대신 만원짜리 석 장을 차비하라고 아저씨
손에 쥐어 드렸죠.
아저씨는 한동안 멈칫 하더니, 고맙다며 몇
번이나 인사를 하셨습니다.
9. 남산제비
"아직도 그런 고전적인 수법에 넘어가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넌 속아도 단단히
속은 거야. 고랭지 농업? 며칠 후면, 그
아저씨 얼굴 또 볼 수 있을 걸."
10. 노랑제비
그날 저녁, 그 얘기를 해주는 내게 친구들은
한 마디씩 핀잔과 충고를 건넸습니다.
11. 노보단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였지만,
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어요.
눈물을 글썽이며 하던 얘기와 고맙다며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는 아저씨의 모습이
거짓이었다니, 허무했습니다.
12. 누린내풀
그런데, 날씨가 제법 무더워진 어느 날 오후,
그 아저씨가 다시 우리 가게에 찾아오셨어요.
온통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아저씨는 첫
월급 타자마자 제일 먼저 들렀다며, 까만
비닐봉지를 내 손에 쥐어 주고 가셨습니다.
13. 눈꽃
비닐 봉지 속에는 요구르트 스무 줄과
초콜릿이 들어 있었죠.
요구르트를 보니, 아저씨가 뙤약볕 아래
흘리신 땀이 흠뻑 배어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찡했습니다.
14. 복수초
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요구르트를
손님들과 나누어 먹었어요.
농사일 때문에 또 빨리 가야한다며, 황급히
돌아서던 아저씨께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해
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김용신의 FM 매거진)
갈수록 믿음이 사라져간단 생각을 했는데 꼭
그렇지 만은 아닌것 같아서 마음이 훈훈해 지네요.
혼자만 간직기엔 너무 가슴이 벅찬 아름다움인지라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15. 개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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