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테리우스원)

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야생화모음

까만 비닐속에 든 라면 값......

테리우스원 2007. 1. 17. 10:40

까만 비닐속에 든 라면 값...

 

 

봄을 재촉하는 야생화의 향연속에

현재 따뜻한 봄의 기운이 감도는 지역에서는

노랑 복수초야생화가 피어나고 있답니다.

 

오늘하루도 평강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리면서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1. 물매화

 

햇살이 강하게 내리 쬐는 어느 오후,
한 아저씨가 우리 분식집에 들어오셨습니다.

 

 

 

 

2. 금붓꽃

 

"라면 하나 끓여 주세요."
예순 살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는  동전 몇
개를 보여주었어요.

 

 

3.  바위채송화

 

옷차림도 초라하고, 피곤해 보였습니다.
나는 얼른 라면과 밥 한그릇을 내주었죠.
아저씨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동안의 사정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4. 금낭화

 

"시골에 버려진 빈집을 고쳐서 몇 년 동안
살았는데, 얼마 전 집주인이 나타나는 바람에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되었어요

 

 

 

5. 벌깨덩굴

 

 

그 뒤, 기차역  부근에 하루 2 백원씩 내는
노숙자 숙소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지요.


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좀처럼 구할 수
가 없었습니다."

 

 

 

6. 병아리난초

 

그러다가  아는 사람이  고랭지 배추 농사를
거들어 달라고 해서,
평창에 가는  차비를  구걸하러  다닌다는
것이었어요.

 

 

 

7. 꽃방도사니

 

"그래, 얼마나 구하셨어요?"  내  물음에
아저씨는 얼굴을 붉히며 손바닥에 있는 동전
천 오백원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굳이 그 돈을 라면값이라며 주시는데,
나는 차마 받을 수가 없었어요.

 

 

 

8. 꽃다지

 

대신 만원짜리 석 장을 차비하라고 아저씨
손에 쥐어 드렸죠.
아저씨는 한동안 멈칫 하더니, 고맙다며  몇
번이나 인사를 하셨습니다.

 

 

 

9. 남산제비

 

"아직도  그런  고전적인  수법에  넘어가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넌  속아도 단단히
속은 거야.  고랭지 농업?  며칠  후면, 그
아저씨 얼굴 또 볼 수 있을 걸."

 

 

 

 

10. 노랑제비

 

 

 

그날 저녁, 그 얘기를 해주는 내게 친구들은
한 마디씩 핀잔과 충고를 건넸습니다.

 

 

11. 노보단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였지만,
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어요.
눈물을 글썽이며 하던 얘기와 고맙다며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는 아저씨의 모습이
거짓이었다니, 허무했습니다.

 

 

 

12. 누린내풀

 

그런데, 날씨가 제법 무더워진 어느 날 오후,
그 아저씨가 다시 우리 가게에 찾아오셨어요.
온통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아저씨는 첫
월급 타자마자 제일 먼저 들렀다며,  까만
비닐봉지를 내 손에 쥐어 주고 가셨습니다.

 

 

13. 눈꽃 

 

 

비닐  봉지 속에는 요구르트  스무 줄과
초콜릿이 들어 있었죠.
요구르트를  보니, 아저씨가 뙤약볕  아래
흘리신 땀이 흠뻑 배어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찡했습니다.

 

 

14. 복수초 

 

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요구르트를
손님들과 나누어 먹었어요.

농사일  때문에  또  빨리 가야한다며, 황급히
돌아서던  아저씨께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해
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김용신의 FM 매거진)

 

갈수록 믿음이 사라져간단 생각을 했는데 꼭
그렇지 만은 아닌것 같아서 마음이 훈훈해 지네요.

 

혼자만 간직기엔 너무 가슴이 벅찬 아름다움인지라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15. 개별꽃

 

 

반응형

'야생화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홍찔레꽃[영실(營實)]  (0) 2007.06.19
노루귀[파설초(破雪草)]  (0) 2007.02.21
가을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야생화 모음  (0) 2006.10.31
억새풀과 상사화  (0) 2006.09.15
백당나무열매와 솔체꽃  (0) 200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