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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보호 대상 야생화에 숨은 이야기를 탐구하는 사진 작가 (정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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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가는잎향유 야생화에 모두 엎어졌다!

테리우스원 2014. 10. 17. 06:00

 

 

 

 

지금 이 상황에 찬밥 따뜻한 밥을 가릴 여건이 아니다.

어디 한 촉이라고도 바위틈에 보이기를 바랄 뿐이다.

아주 험난한 암반에 몸을 틀고 있는 가는잎향유를 바라보고

엉금엉금 몸을 기어 위험한 지역을 안전 또 안전에 신경을 곧추세우고

 겨우 왜소하게 꽃을 피운 절벽 난간 자리를

 확보하고 일행을 접근하게 하였다.

 

너무 허망한 사태에 일급 모델은 기대할 여유도 없었다.

일행은 사진으로만 보고 이런 사항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담고 있지만,

본인은 황당하여 더 좋은 모델을 찾아 나섰다.

 

 

 

 

그 험준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멋진 모델을 감추고서

알려주지 않으려는 오해의 마음에 부담스러워

더 분주하게 그들을 찾고 찾았다.

 

올봄에 심한 가뭄으로 바위틈에 자라기를 기대하지 못하다면

산 중턱 숲 속 무더기 버전을 생각하고 그곳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올해는 최악의 조건임이 틀림없었다.

해마다 발을 디딜 틈을 주지 않을 만큼 풍성한

개체들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단지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에 합당하지 못한 이유로 외면당하였는데

올해는 그에 반기를 든 것 같이 바위 위와 숲에서도

똑같은 반란의 광란이 발생한 듯하다.

 

가물다 보니 잡식물들은 그들의 공격에 대비하려고 가시들이

더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나를 위협한다.

 바지 옷을 뚫고 들어온 가시와 얼굴 손에 무차별 공격으로 상처투성이다.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내 혼자만의 바쁜 일정으로 몸은 땀범벅이다.

무거운 장비를 등에 메었고 마음은 바쁘고 심하게 경사진

산 숲이 그리 호락호락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래도 나의 정성에 그들도 조금은 미안함 맘이 들었을까?

중턱 절벽 난간에 아주 풍성한 개체들이 숲 속에 꼭꼭 숨어 나를 반기고 있었다.

 

기쁨으로 다가서는 순간 나에게 하소연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몇 년 동안 이곳을 방문하면서 해마다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풍광과 잘 어우러진 모델만을 좋아했지요?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나를 보고 반가워할까요?”

하는 핀잔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여 순간 등골에 땀이 흐른다.

 

사실 내 행동에 돌 직구의 질책이라 더욱 미안하여 정중하게

그에게 입맞춤하면서 죄송해!

내 마음이 교만하여 그렇다고 정중한 사과를 하였다.

 

 너무 화가 많이 쌓여 싶게 풀어지지 않겠지만

 진정한 모습에 향기를 내어 품어준다.

 

 

 

 

향유란 이름이라 아주 향긋한 향기를 기대하지만,

가는잎향유는 기대 이상의 향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후각에는 깊어가는 가을의

멋스러운 향기는 아니라고 살며시 고백한다.

 혹시 그 소리에 삐쳐 내년에는 그 모습도 보여주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진다.

 

일행에게 전화로 이곳으로 유도하였다.

아주 험악한 가시덤불을 헤치고 도착한 일행은

말도 필요 없이 오늘 최고의 모델로 인정하고 두 무릎을 정중히 꿇고 엎어졌다.

나의 체면을 살린 고마움이다.

 

 

 

 

 

오늘 이 모델이 아니었다면 최면이 말이 아닐 듯싶었지만 다행스러움이다.

최고의 모델을 어떻게 멋스럽고 아름답게 담아낼지 한동안 고민하게 하였다.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으로 하산한 사건이었다.

 

험한 산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한 탓에 손과 발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너무 욕심을 내어 무리한 미련함이다.

 내가 어디 이팔청춘이던가?

 

집에 도착하니 온몸이 쑤셔오고

특히,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에 많은 통증이 전달되어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계단을 내려오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래도 아름다운 모습을 대면하고 온 기분으로 마음을

즐거움으로 밤잠을 설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이런 모습의 가는잎향유 야생화로 위안을 삼으시길 바라면서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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